올 들어 원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절상되면서 수출기업들이 일시에 선물환을 매도하는 바람에 환율절상 속도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은행들은 수출기업들이 대량 매도한 선물환을 매입하면서 환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단기 외채를 대량 도입했다. 13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액은 1,527억달러로 지난해 말의 1,183억달러보다 344억달러(29%) 증가했다. 올 상반기 외화차입 증가액 344억달러 중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차입이 315억달러로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장기차입은 29억달러로 8%에 불과했다.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원화 절상 기대심리로 수출기업들이 선물환을 대량 매도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원 금융감독원 외환분석팀장은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이 올 상반기 선물환을 과도하게 국내 은행에 매도했고, 은행들이 포지션 관리를 위해 단기 외화자금을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중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순매도한 선물환 규모는 252억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의 86%에 해당하며 무역흑자의 3.5배에 이른다. 수출기업들의 과도한 선물환 매도는 환율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에 더 많은 기업들이 선물환을 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 팀장은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최근 환율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국내 기업이나 ‘큰손’이 환차익을 얻기 위해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등 외화대출을 대거 받은 것도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 급증을 부채질했다고 보고 있다. 감독 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해외 차입여건이 악화될 경우 은행들의 환리스크가 높아지고 외화 유동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단기 외화차입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만기 불일치 비율 등의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