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4일] 전기요금 이대로 좋은가

지난 10월14일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영실적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3ㆍ4분기까지 1조5,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한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적자의 주원인은 원가의 80%에 달하는 구입전력비 상승이라고 한다. 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연료가격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고 가스 및 유류발전소의 연료비도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몇 년째 큰 변화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년간 소비자물가가 200% 이상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5.5% 인상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올 들어 15% 이상의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했으나 아직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의 적자발생으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전력산업의 규제위험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규제위험 증가는 한전의 기업가치와 신용등급 하락, 이에 따른 자본비용 증가라는 단기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력산업 발전을 저해하면서 국민의 부담을 더욱 늘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도가 심할 경우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전력공급의 안정성까지 해칠 수 있다.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은 국가적으로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은 여타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이 세계 최하위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에너지 환경변화를 보면 전력산업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 약 4%에서 2007년 말 현재 17%까지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전력사용 규모는 48배나 확대되는 등 전력은 중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또 교토의정서 발효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환경 측면에서도 전력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7%를 차지하는 주요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에너지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고유가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전력산업에 대한 합리적 규제체제가 마련되고, 특히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적정 에너지 가격 체계로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전기요금 결정에 연료비연동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연료비연동제는 발전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ㆍ석유ㆍLNG 등의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충격을 분산하고 동시에 한전의 재무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연료비연동제는 가스요금, 열요금, 그리고 항공요금 등에 이미 도입, 시행되고 있다. 다음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타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은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전력으로의 쏠림현상을 야기하면서 국가적으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비효율적 소비관행은 장기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소비자가 더 큰 혜택을 누리고 그 부담을 국민 모두가 다른 형태로 부담하게 되는 소비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일으킨다. 지금은 고유가뿐 아니라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할 때다.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적정 에너지 가격정책이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한편 원가상승분을 요금인상에 반영하는 데 앞서 한전은 자체 경영 합리화와 해외사업 추진 등 신규수익 창출을 통해 요금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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