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나 창업기업들은 3년쯤 지나면 위기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자금조달이나 판로확보를 못해 사업화에 실패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는 '데스밸리'에 직면하는 것이다. 죽음의 계곡을 헤쳐나오면 생존확률이 높지만 우리나라 창업기업들은 이를 통과하기가 유독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3년 기준으로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41%에 불과하다, 10곳 중 6곳이 3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정부 지원을 받거나 벤처캐피털 등에서의 자금조달이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2014년도 정책자금 업력별 지원현황을 분석해보니 7년 이상 된 기업에 지원된 정책자금이 43.7%에 달했다. 반면 데스밸리에 들어선 3~7년 미만 기업은 22.4%에 불과했다.
정작 자금이 급한 창업기업보다는 정착 단계에 접어든 업체에 정부 지원이 몰린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 역시 안정적 수익을 내거나 대기업 납품이 보장된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한 편이다. 벤처는 업력에 따라 필요로 하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단계마다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데스밸리를 지나는 곳은 자금, 7년 이상 업체는 마케팅 노하우 이런 식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러니 데스밸리 생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일방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벤처캐피털의 역할 강화와 함께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 투자회수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 창업대국인 중국의 벤처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살아남기보다 후속 투자를 계속 유치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외형을 확대해간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사업자(액셀러레이터)가 직접 지분투자를 한 뒤 벤처캐피털에 매각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