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소공동 롯데호텔에는 내외신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이 시작되지 않았다지만 프레스센터 곳곳에 드러난 빈 자리에 기자는 당혹스러웠다.
400여석이 마련된 큰 공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후 2시반 현재 회담장 안팎을 스케치하는 방송 카메라는 서너 개에 불과했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홍보처 등을 통해서 정상회담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정상회담에 관심이 없다”며 “일부는 정권 말기에 무리해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미국ㆍ일본 등의 유력 언론들을 제외하고는 해외 언론들의 사전 취재 열기는 높지 않아 한국 언론들이 프레스센터를 지키고 있어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이런 가운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오후5시 공식 브리핑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기자들이 서둘러 프레스센터에 들어서며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그나마 일거리가 없던 프레스센터 주변이 순간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알맹이 없는 장관의 브리핑을 들어봐야 소득이 있겠냐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렇듯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은 ‘뭐 별거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통일부와 국정홍보처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의 표정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청와대는 깜짝 이벤트에 열중하는 듯하다. 경호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이동하는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정치는 그 자체가 이벤트로 시작해서 이벤트로 끝난다고 하지만 양국 정상이 7년 만에 만나는 역사적 자리에 일회성 이벤트에만 집착하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2일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 6자회담이 풀리고 있고 북미 간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에 두 정상이 만난 만큼 회담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들은 남북 정상들이 ‘쇼’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돌출 행동과 발언이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