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부 업체 "해외이전 고려"… 합리적 개편으로 충격 흡수를

"통상임금 확대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텐데 국내 생산을 고집할 수 있겠습니까. 올해부터 중국 공장 생산을 대폭 늘리고 향후에는 동남아시아,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생각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A사 B대표는 최근 중국 칭다오 공장을 방문해 증설 방안을 검토했다. B대표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임금 체계를 뜯어보고 있는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통상임금 문제가 없는 중국 공장 생산을 대폭 늘리고 향후에는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중소업계 CEO들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생산 비중 확대, 소사장제 등 대응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무직 대비 생산직 근로자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다. 사무직의 경우 연봉제를 시행 중이나 생산직 근로자들에 한해 시급제로 봉급을 주고 정기 상여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조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천안의 자동차 부품사인 C사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연간 인건비가 20%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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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 D대표는 "현장 근로자들은 시급으로 급여를 제공하고 잔업은 1.5배, 특근은 2배의 시급을 주면서 2개월에 한번씩 본봉의 50%, 연말에 300%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이를 통상임금으로 반영할 경우 연간 인건비가 20% 이상 늘어난다"며 "기존 직원들이야 협의하면 되지만 퇴직자들이 문제제기할 경우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대책을 마련하려고 해도 인력 부족으로 전담 직원을 둘 수가 없고 관련 지식이 부족한 점도 중소기업들의 애로다. 이와 관련 인천 소재 자동차 부품사인 E사 대표는 "대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 시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장을 24시간 돌리는 중소 제조기업들은 통상임금 확대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데다 퇴직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정공방에 휩쓸릴 수 밖에 없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며 걱정했다.

이처럼 이번 통상임금 판결 여파로 상당수 중소기업 CEO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용노동부가 빨리 새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소업계 노사는 물론 정부, 사회가 다같이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소급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퇴직자들의 소 제기 등은 현실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 직원수 수십명에서 수백명 수준의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전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상당한 금액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 소송에 나설 가능성 역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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