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영걸 기아자동차판매<주> 사장(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된다면 밀어 붙여라” 돌파력 명성/“출혈경쟁 그만” 타사와 담판 용의/차판매 선진화 「윈­윈전략」 추진/전자·정보통신·금융·렌터카에도 사업확장 야심지난 2일 출범한 기아자동차판매(주)의 초대사장으로 임명된 유영걸 사장(56). 그는 한국을 「움직이는」 전문경영인이라기 보다 「움직일」사람이라는 쪽에 기아는 물론 경쟁사 관계자들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기아는 기아자판 설립을 계기로 2005년 매출 1백조원, 재계 순위 5위(현재 8위)의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중장기비전을 확정했다. 또 생산을 담당할 기아자동차와 기아자판을 양대축으로 전자­정보통신­금융­렌트카­건설 등으로 사업을 크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유사장은 기아의 이런 원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아인의 기대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유사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를 잘아는 기아인들은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가 걸어온 길과 일에 대한 끝없는 열정, 억척스런 성격과 매서운 돌파력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육군 중위 출신인 유사장은 68년 기아산업(기아자동차 전신)에 입사 후 기획조정실, 국내영업본부장 등으로 근무하며 기아자동차의 핵심에 있었다. 유사장은 「재는」 스타일이 아니다. 된다하면 밀어붙인다. 『과정이 중요하다. 결정전에는 고성이 오가는 왕성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안이 도출되면 상사나 주변상황을 돌파하는 것은 책임자 몫이다.』 유사장은 30년동안 기업생활을 하면서 4가지를 자신은 물론 동료나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던져왔다. △강인한 의지를 갖자 △풍부한 상상력을 갖자 △불타는 열정을 갖자 △왕성한 책임감을 갖자. 그는 이같은 생각으로 상사의 장단점을 배우려고 노력해 왔다. 상사의 장점은 철저히 자기화하고, 단점은 선배가 돼서 안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신입사원이 과장을 잘못 만나면 끝장』이라고 아직도 입버릇 처럼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부하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이같은 상사론과 연장선상에 있다. 남보다 한발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도 30년동안 실천해왔다. 준비자세와 마무리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라는 말은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또다른 생활철학 때문. 그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경영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장까지 오기전 이미 수많은 사람의 결재를 받았다. 죽은 숫자 가지고 결재하는 것은 싫다』는 평소의 지론에서다. 그래서 현장결재를 중시한다. 현장에 나가 고객이나 종업원과 얘기하다보면 문제점도 나오고 이를 경영에 가감없이 반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아 임직원들은 이를 「구두결재」로 부른다. 「구두」와 「구두」(신발)의 두가지 의미다. 『무조건 고객을 중심으로 경영해 나갈 겁니다』. 기아자판 출범식에서 밝힌 취임사는 이같은 경영관을 반영한다. 유사장은 요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외형경쟁시대는 가고 내실경영·질경영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기아자판이 출범 후 그동안 업계의 관행처럼 확대돼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출혈적인 장기무이자판매」 「밀어내기식 출고」 중단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사장은 과당경쟁에 들어간 국내 자동차시장을 안정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면 경쟁사인 현대·대우 판매담당 최고책임자와 이 문제를 적극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경쟁업체와 적극적인 「윈­윈(WIN­WIN)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93년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장 재직 당시 주변의 반대에도 업계의 관행처럼 뿌리박아왔던 출혈적인 장기무이자 할부판매와 밀어내기를 전면 중단한 주인공이다. 『허위로 밀어내서 주차장에 쌓아두는 것은 종업원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스스로 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아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넘어왔다. 밖에서 보기에는 소란으로 보이는일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게 살아있는 조직이다. 반론이 있으면 제기하고 난상토론을 벌여야 되는 것 아니냐』는 「기아 사랑론」도 갖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유사장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일 궁색하다』고 말한다. 상품기획이사로 재직할 때 첫 독자모델인 세피아에 대해 외국업체들이 「남극이나 북극에서나 팔릴 것」이라는 말을 아프게 가슴에 담고있다. 이런 뼈저린 경험이 오늘의 기아를 만들었다. 그는 지난 94년부터 일주일에 2∼3회씩 과장­임원은 물론 노조측에 경영서신을 띄운다. 자신의 느낌과 감동적인 문구, 최근 선진국의 경영기류를 담고 있으며 현재 1백74호까지 나간 상태다. MOT(Monent Of Truth·진실의 순간). 『고객은 15초안에 결정난다』는 한 외국인 경영자의 말이 판매회사를 짊어져 나갈 유사장의 최근 화두라고 측근은 귀뜸한다.<정승량 기자> □약력 ▲41년 충북 괴산 출생 ▲64년 경희대 정경대 상과졸 ▲68년 기아산업 입사 ▲78년 외대 무역대학원 석사 ▲86년 기아자동차 기획이사 ▲93년 영업본부장 ▲96년 기아자동차서비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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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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