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LG카드 매각 官治논란

LG카드 매각과정에서 또다시 관치(官治)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나라 경제에서 관치행정이 기여한 바를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 경제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국민 경제를 보호하며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고성장을 이룬 과정에서 관료집단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외국사람들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시장경제의 원리가 경제 전반에 적용되는 시기에 관치는 사라져야 할 구습이며 그 폐해 또한 적지않다. LG카드에 대한 관치의 출발은 지난 2003년 유동성 위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LG카드는 채권단과 LG그룹간의 한치도 양보 없는 기(氣)싸움 속에 공중분해 직전의 절대절명 위기에 몰렸다. 결국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나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LG카드 출자전환 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물론 당시에도 ‘정부가 채권은행들의 팔을 비틀어 LG카드를 살리는 과거의 구습을 되풀이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LG카드는 과거의 아픔을 씻고 누구나 군침을 흘릴 정도의 우량 회사로 탈바꿈했다. 당시 정부의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은 외국계 은행들이나 출자전환 규모가 적었던 국내은행들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LG카드를 서로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상황이 180도 바뀐 셈이다. 지금은 물론 과거처럼 관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린 만큼 과도한 관치는 그 취지를 떠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가급적이면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기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번 LG카드 매각작업은 주주들의 구성으로 보나, 외국계에 대한 국민정서로 볼 때 정부의 의사가 개입될 소지를 남기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인 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매듭을 풀되 시장경제의 원칙이 통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생긴 관치논란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산업은행은 보다 투명하게 매각과정을 공개하고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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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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