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투자이익불구 대우債 적립금 커종금사들이 부실 대우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라는 「암초」를 만나 우울한 결산기를 맞고 있다.
종금사들은 지난해 대우사태 및 거래기업들의 잇따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돌입으로 인한 부실증가 및 단기자금 수요감소, 증권사 등 타 금융권의 회사채(CP) 중개업무 공략에 따른 치열한 경쟁 등의 여파로 전반적인 영업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나마 증권시장의 활황세를 업고 유가증권 투자에서만 상당 규모의 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9월 반기결산에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익을 냈지만 이달 말 결산에서도 모두 흑자기조를 잇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종금사들은 대우 부실채권 처리와 관련, 이번 결산에서 충당금을 가급적 많이 쌓아 자산을 건전화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사들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너무 클 경우 흑자를 내기 어려워 금감원의 결산지침 및 타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과거와는 달리 결산과 관련한 「유의사항」 정도라면 모를까 구체적인 결산지침을 내려보내지는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금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다소 완화된 지침을 내려보낸다 하더라도 회계법인들이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손실률을 감안해 각사들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이번 결산에서 은행 등 타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대우 및 대우캐피탈·다이너스코리아에 대해서는 최소 50% 이상, 기타 대우계열사는 20%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흑자를 낼 만한 곳은 동양·중앙종금(지방종금사 제외) 정도에 그칠 전망.
동양종금은 영업이익 2,000억원, 데이콤주식 평가이익 1,000억원 등 최소 3,00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우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평균 50% 이상 충분히 쌓아 최소 700~80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중앙종금도 유가증권 투자 부문에서의 호조를 바탕으로 8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익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한불·아세아 등 기존 종금사들은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경우 흑자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 이 중 한국·한불종금 등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부실을 대거 정리하기로 기본 방침을 세웠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흑자를 내기 어려운 탓에 올 종금사 주총에서 배당을 실시하는 곳도 극소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곳 중 동양종금 정도만이 약 10% 안팎의 현금배당(액면가 기준)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양종금의 현 주가가 3,000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 기준으로 30%에 달하는 초고율 배당이다. 그러나 중앙종금은 흑자가 나더라도 잉여금으로 기존의 자본잠식(약 1,700억원)분을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에 배당실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진우기자RAIN@SED.CO.KR
입력시간 2000/03/21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