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계절 문화/구자홍 동양카드<주> 대표이사(기업인 문화칼럼)

몇년 전 방콕에서 현지 재벌회사 회장과 저녁식사를 한 일이 있다. 젊은 회장은 골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골프를 치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자기들은 기온이 섭씨 영상10도만 되어도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오는데 어떻게 추운 겨울에 골프를 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필자는 한국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서나 30도의 무더위에서나 아무 지장없이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특히 눈이 쌓여 있는 필드에서 골프 치는 방법과 꽁꽁 얼어붙은 그린을 공략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추운 겨울 골프를 끝낸 후의 상쾌한 기분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무척 흥미로워하고 재미있어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겨울에도 골프를 즐기는 강인함 때문에 태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일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태국은 항상 날씨가 덥기 때문에 기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필자는 한국의 4계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뚜렷하기 때문에 한국인은 조상 대대로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왔고 그래서 어느 민족보다도 낯선 환경에의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해주었다. 사실 열대에 있는 나라를 처음 여행했을 때는 겨울에 난방할 필요가 없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4계절에 맞추어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는 얼마나 불편한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처럼 일교차가 큰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련된 민족도 이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외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의식주 문화는 아주 잘 발달해 있다. 특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력을 키우는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이제는 열대지방이건 한대지방이건 세계 어느곳에도 우리 한국인이 살지 않는 곳이 없다. 현지의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을 볼 때마다 늘 우리 4계절의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수천년간 4계절의 변화에 적응해온 우리의 저력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아가 21세기에는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다시 한번 4계절의 변화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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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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