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채권형자금 이탈 가속 "수급불안"

■ 자금시장 난기류 조짐일부기업 조달기간 연장등 고금리 대응나서 자금시장에 먹구름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장기적인 성장체력을 비축하고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정책목표가 이뤄지지 못한 채 저금리 체계가 흔들릴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회사채 수급구조가 불안해지고 있다. 시중에 돈이 넘친다고 하지만 단기자금으로만 몰릴 뿐 중장기 투자가 가능한 채권형은 오히려 자금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 자금시장 '태풍 전 고요' 물론 당장은 문제 없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격차가 줄어들어 금리도 안정적이다. 기업들이 금리인상을 예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김성민 한국은행 채권시장팀장은 이를 "기업의 자금흐름(cashflow)이 좋은데다 외환위기 후 차입경영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속에서는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은 것은 내수호조와 환율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S사의 자금담당 임원은 "연초 자금계획을 설정할 때 환율을 1,150원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달러당 1,300원대에서 안정됐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며 "다만 6.5%로 예상했던 금리가 급등한다면 자금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업 고금리 대응 시작 일부 기업들은 보이지 않게 고금리에 대응하고 나섰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에 맞춰 길어야 한달 정도로 운용하던 자금조달 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하고 있다. 그 수단으로 기업어음(CP)이 이용되고 있다. S그룹의 한 관계자는 "금리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단 자금조달 주기를 초단기에서 단기로 변경한 후 여건을 봐가며 회사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채등급이어서 사채발행이 여의치 않은 A사 관계자는 "사겠다는 곳이 없어서 고민이지만 매입기관만 나서면 금리를 높게 주더라도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A사는 최근 자금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그런데도 자금 선확보를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금리가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비우량회사의 자금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의 자금난 심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수급불안, 언제 가시화할까 경기회복 속도가 가장 큰 변수다. 경기가 좋아져 가동률이 높아지면 재고가 소진되고 기업들은 굳이 설비투자 자금이 아니라도 대규모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사채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량기업은 은행대출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결국 회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지난 2월까지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6.6%. 지난해 4ㆍ4분기의 72.4%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4%포인트 정도만 더 오르면 호황국면이라는 80%대에 이르게 된다. 반면 2월 말 현재 재고율지수는 70.5%로 2000년 8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장사가 잘 되는데 물건이 없다면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기 위한 자금수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기회복 속도가 지속된다면 생산증대를 위한 기업의 자금수요가 오는 8ㆍ9월께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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