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상 최악의 기록 쏟아낸 증시

국내 증시에 어제는 악몽의 날이었다. 사상 최악의 장으로 패닉이라는 말을 절감케 했다. 코스피ㆍ코스닥 양 시장에서 동시에 사이드카 발동, 최대 낙폭ㆍ하락률ㆍ하락종목, 외국인 매도 최대치 등 좋지 않은 기록을 모두 쏟아냈다. 미국ㆍ유럽, 그리고 아시아증시도 동반 급락했지만 유독 우리 증시의 낙폭이 컸다. 전일 광복절로 휴장했던 것까지 합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정말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증시폭락의 진앙지는 알려진 대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다. 문제는 상황이 좀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ㆍ유럽ㆍ일본의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고 있으나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일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라임모기지 업체와 이들 모기지 파생상품에 투자한 대형 투자은행들의 손실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으며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탈, 특히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급락이 세계적 현상인 만큼 우리 증시가 거기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우리 금융회사들은 미국 모기지 부실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엔캐리 청산과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매도 등 간접적 피해는 직접 피해에 비할 바 없이 크다. 어제의 주가폭락도 이런 간접피해의 후폭풍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수출ㆍ내수 등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물경제 관리에도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투자자들도 차분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조정을 거치듯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떨어질 것 같지만 하락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번 주가하락은 외부 악재에서 비롯됐을 뿐 기업들의 실적호조 등 펀더멘털은 여전히 튼튼하다. 시장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리는 뇌동매매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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