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거센 '경제 민주화' 바람


정치권에 요즘 '경제 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오는 4ㆍ11 총선과 12ㆍ19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마치 선명성 경쟁을 하는 양상이다. 양극화 심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경제 민주화 요구를 '표'를 통해 모으겠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 경제 민주화라는 화두를 재벌 규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세정의 실현,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분배 확대뿐만 아니라 복지 강화,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개선까지 폭넓게 사용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지난 대선 경선에서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를 내걸었던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조차 경제 민주화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 민주화를 담은 당 강령을 확정한 30일에 그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뉴 박근혜 플랜'을 예고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접한 박 위원장은 대권의 꿈을 위해 종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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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지고 장에 따라가는 격"이라고 비판한 민주통합당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해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고소득자ㆍ대기업 증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재벌 규제를 거듭 밝힌 민주당은 지난해 6월 '경제 민주화 특위'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말 강령에 경제 민주화 실현과 혁신적 균형성장, 보편적 복지를 강조해왔다.

정치권의 이런 흐름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신자유주의ㆍ성장ㆍ개발, 선진화 등의 깃발이 주로 나부끼고, 복지강화와 경제 민주화 주장이 나오면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게 일고는 했다. 물론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도 재벌개혁과 복지강화, 균형성장이 추진되기는 했지만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경제 민주화는 뒷전으로 밀렸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태우 정권 때도 경제 민주화 요구가 컸다. 물론 '정치 민주화'가 일차적 과제였지만 노동자와 농민, 철거민 등 소외층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학생이던 기자도 그때 시위현장에 참여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사반세기가 다 돼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경제 민주화 주장이 분출하는 것을 보면서 "선거철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가 얘기했던 '창조적 파괴'로 이어질지, 아니면 표(票)퓰리즘에 그칠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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