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우리아이 논술지도 어찌하오리까?


논술전문 학원들은 해마다 새로운 논술문제를 접하는 순간, 출제 의도와 경향, 채점 경향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논술은 이들 학원에게 새로 떠오르는 거대 시장인 만큼 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리빙 앤 조이] 우리아이 논술지도 어찌하오리까?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논술전문 학원들은 해마다 새로운 논술문제를 접하는 순간, 출제 의도와 경향, 채점 경향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논술은 이들 학원에게 새로 떠오르는 거대 시장인 만큼 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관련기사 • "논술 잘하려면 읽고 쓰기 즐겨야" • 그래도 필요한 논술 『 해마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부터 정시모집이 완료되는 이맘 때 까지면 전국의 고등학교와 학원가, 학부모들은 온통 ‘논술준비’로 야단법석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논술에 목을 메는 이유는 논술이야말로 대학입시에서 당락을 가늠할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마다 차이는 있지만 총점의 20~30%를 논술에 배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술 열기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미 서열이 가려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내신 등급이나 수능 점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논술이야말로 당락을 결정할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철학과, 국문학과 등 인문학부를 졸업한 대졸자들이 학원강사로 나서며 취업에 숨통이 트이는가 하면, 서점가에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베스트셀러 랭킹에 진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논술대비 필독서 0권 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사지선다 객관식 문제에 익숙했던 학생과 교사, 대학들은 논술이 도입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험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 사고력의 함양과 공교육 정상화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던 논술 교육의 주도권은 어떻게 보면 아직도 학원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을 기웃거리고, 학원들은 이들의 고민을 반겨마지 않는다. 강남의 한 논술학원의 관계자는 “영어, 예체능, 내신 학원을 빼고 대부분의 학원이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며 “재수생 종합반에서도 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입시 관련 학원들은 대부분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추산한 전국의 입시ㆍ보습 학원 숫자는 2만6,102곳. 교육계에서는 이 들중 논술을 가르치는 학원의 비율이 최소한 70~8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같은 추정이 근거 있는 것이라면 논술은 이미 과학ㆍ사회를 제치고 국어, 수학, 영어에 버금가는 중요 과목으로 자리매김 한 셈이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는지, 장애가 될는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는 논술에 대한 일별(一瞥)이다. 』 ● 大入 논술시험 필요성은 공감 난이도·효용에는 시각차 뚜렷 논술을 바로보는 일선 교육현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대학에서 출제하는 논술 문제의 수준이다. 수학능력 시험만으로 평가하는 기존의 대입전형을 논술로 보완해 학생들로 하여금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게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된다는 얘기다. ■학생과 교사들의 시각 올 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K군(18)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방학 때 마다 잠깐씩 논술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논술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수능 이후"라며 "솔직히 말해 논술 문제와 풀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생 C군도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논술 문제가 묻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극소수이긴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논술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 A고등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며, 교재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B교사는 "소위 명문대라고 분류되는 대학의 교수들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전부 자기 수준인줄 아는 것 같다"며"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생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교사도 "교육부에서는 논술 도입이 공교육 정상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하지만 논술을 보는 대학은 26개에 불과한데 65만 수험생이 모두 논술을 준비하고 있다"며"공교육의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사교육 시장만 부풀리고 공교육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B교사는 "논술시험에는 제시문이나 인용문을 읽고 글을 쓰는 형태가 많은데 제시문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나오기도 한다"며"요즘 학생들은 예전 보다 책을 덜 읽는데다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 교육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D교사도 "서울ㆍ연ㆍ고대가 논술 출제의 흐름을 주도하다 보니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서울대에서 고교 수준에 맞는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정리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점이나 평가기준도 교사들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이를테면 자연계 논술의 경우 질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논리나 글의 전개가 어색하다면 어떻게 배점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 자연계 학생들이 치르는 논술에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버거운 문제가 서슴 없이 출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다급해진 학부모나 학생들은 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교사들도 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글이 좋아진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C교사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글 쓰는 요령이 좋아진다"며"하지만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복잡한 제시문을 아우르지 않는 문제)위주로 출제된다면 논술교육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학입시에 논술이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학생들을 가르칠 체계적인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사들은 취지는 좋지만 교육부가 세밀한 준비와 절차를 생략한 채 너무 성급하게 논술시험을 실시했다는 생각이다. ■대학들의 출제 의도 대학의 입장은 또 다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세간에서는 서울대의 논술문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문항 따라 어려운 것도 있고, 쉬운 것도 있다"며"그 동안 출제됐던 기출 문제에 별다른 하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대 논술문제를 모든 학생들이 다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모든 학생들이 다 쓸 수 있는 논술은 시험으로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칭 명문대로 불리는 다른 대학의 입장도 비슷하다. 최근 이어령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색이 50년 동안 글을 썼다는 나도 서울대 논술시험에 통과할 자신이 없다. 세상에 글쓰기의 전범이 어디에 있느냐. 글쓰기의 틀은 또 무엇이냐. 100 사람이 글을 쓰면 100 개의 글이 다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과 관련 한 대학 교수는 "이어령 전 교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지 논술 학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현행 논술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글쓰기라는 것을 전제하면 이 전 교수의 발언은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시문을 주고 글을 쓰게 하는 형태의 논술은 수험생의 해석 능력을 중시한 것이어서,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제대로 글을 쓸 수 없다"며"이는 일종의 독해+논술 시험의 형태로 대학들은 이 같은 문제를 통해 독서경험, 이해능력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그 것은 명분일 뿐 대학들은 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가 용이한 문제의 출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며"대학으로서는 정답시비가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관점에 따라 이것도, 저것도 답이 될 수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수험생이 작성한 논술이 틀린 답이라는 것을 명쾌하게 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논술학원에서 '매우' '가장' 등의 부사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령 '이 시대에 합당한 효는 무엇인지 논술하라'는 문제를 냈다고 생각해보자. 제각각 다른 교수들이 수백장의 답안을 채점하는데 객관적인 채점을 할 명확한 잣대가 없어진다.때문에 수험생이 정확한 독해를 했는지 객관적 평가 요소를 집어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대학들은 왜 죽어라고 논술을 보려고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세칭 명문대에는 대부분 1등급 학생들만 온다. 다 같은 1등급들인데 어떻게 평가를 해 우수한 자원을 골라내란 말이야. 또 지방 1등급 학생이 서울 3등급 학생 보다 학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고 지방학생을 뽑을 수는 없지 않느냐. 고등학교 서열화도 교육부의 '3不'(본고사금지, 고교서열화금지, 기여입학금지)중 하나인데, 그걸 피해서 우수 학생을 선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논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서울대는 다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제시문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해 채점에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그 것을 채점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을 뿐 더러, 내 개인적으로도 그런 유형의 문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채점 기준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한 사람이 몇 백장을 채점한다면 그런 문제가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교수 한 사람이 몇 장을 채점하냐"고 묻자 그는 "그 것은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지향점 교육부가 98년부터 논술을 재도입한 취지는 글쓰기 능력의 배양과 함께 사고력과 비판력, 문제 해결력을 배양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본고사 실시가 금지되고 있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도 또 다른 목적이었다. 이와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초기에는 대학들도 논술을 어떤 형식으로 낼 것인지에 대해 연구가 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2005년 논술심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논술을 통해 수험생의 어떤 면을 측정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어떻게 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자리가 잡혀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행 논술은 과거에 나왔던 단순 글쓰기도 아니고 본고사 형태도 아닌 사고력이나 논리력을 측정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명문대의 논술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운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한 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가는 애들이 몇 명이나 되나. 대학들은 나름대로 수준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논술이야말로 공교육에서 대비할 수 있는 출제 방식이다. 논술은 객관식 보다 종합적인 지식과 사고력을 효과적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고 학교 교육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선 교사와 학생들의 준비 및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 "대학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한 것은 아직 얼마되지 않았다"며 "일부 대학의 문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을 일반화 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덧붙여 "절대 논술로 인해서 사교육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교사들의 열의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직은 초기라 성과를 운운할 단계는 아니지만, 학원이 많은 도시 학생들 보다 농촌 지역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며 논술이 공교육 정상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논술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소수인데 65만 수험생이 논술에 휘둘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 대학 200개 중에서(정시 일반전형 기준) 2007학년도에 26곳 정도가 논술을 봤고, 2008학년 45개 대학이 논술을 볼 예정"이라며 "하지만 서울대도 전체 학생의 1/3만 논술을 보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불안하니까 너도 나도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업부담 측면에서 보면 그런 주장이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데 공부 안하고 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에 덧붙여 "논술은 기본적으로 주관적 시험이다. 주관과 객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학은 기준과 항목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채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점은 채점자의 전문성에 맡겨야 한다. 채점이 어렵기 때문에 모든 대학들이 못보고 일부 자신 있는 대학만 논술을 보는 것이다. 점수도 소수점 몇 점으로 채점하지 않고, 등급으로 카테고리를 나눈 후 몇 사람이 채점해 평균을 내서 배점하는 것임을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2/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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