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우리 농업 다시 보기

박홍수 <농림부 장관>

농정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오늘날 상당수 국민들이 우리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은 사실일까. 과연 우리 농업과 농촌은 경쟁력이 없고 희망도 없는 것일까. 30년 전인 지난 75년. 전국민의 38%인 1,324만명이 농업인구였고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담당하는 산업이 농업이었다. 그러나 현재 농업인구는 340만명으로 전국민의 7%, 농업 총생산액은 GDP 대비 2%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 통계치를 보면 우리 농업은 우리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30년 동안 농업인구는 4배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 총생산액은 8배 이상 증가했다. 타 부문의 눈부신 성장 속에 우리 농업의 발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농업 부문의 생산성 증대는 오히려 농업인들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 생산성 증대로 인해 부족의 문제가 과잉의 문제로 전환되면서 농산물 가격은 낮아지고 농업인들의 소득은 정체됐다. 한편 과잉의 문제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얼마나 먹을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ㆍ고품질 농산물을 찾는 주부들의 손길이 바로 그렇다. 이러한 농업환경 변화와 더불어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그간 농촌은 농업인들의 생활공간이자 농업생산이 이뤄지는 산업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민들의 여가를 활용하기 위한 휴양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과 농촌은 지금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스스로 적응해나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은 농업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4천만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국민이다. 세계는 물론 우리 자신까지도 놀라게 한 한국축구 성공의 요인에는 11명의 월드컵 전사들의 플레이, 지도자의 탁월한 능력 등도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붉은 색으로 전국을 물들였던 4천만 국민의 열렬한 응원이었다. 우리 농업문제를 풀어가는 해법도 마찬가지다. 먼저 농업인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손만큼이나 우리 농업인들의 거친 손도 너무나 소중한 우리 경제의 자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농업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이 기운찬 응원을 보내준다면 월드컵 4강 신화처럼 우리 농업발전에 대한 꿈(★)도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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