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유아용품 업체의 위기

안길수 기자 <생활산업부>

“지금처럼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난다면 유아용품 업계는 오래 버티기 힘듭니다.”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출산율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유아복ㆍ용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가 21일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유아 출산율은 지난 9년 동안 32%나 줄었다. 또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 70년 4.53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무려 3.3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정에 한명의 자녀가 있는 셈이다. 이런 감소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돼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유아용품 업체들은 출산율 하락이라는 외적 요인을 전부터 예상하고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 위기상황에 준비해왔다. 제품의 고급화, 해외시장 개척, 출산장려 캠페인, 타깃 마케팅 강화 등 잇단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최대 유아용품 업체인 아가방은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아기를 낳읍시다 2.1’이라는 출산장려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연 매출 1,400억원에 불과한 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면서 행사를 개최하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가방과 같은 중견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한다. 영세한 중소 업체들의 경우 출산율 감소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 잇달아 부도가 나거나 업종을 변경할 정도로 고사위기에 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을 고급화하고 마케팅을 비용을 늘려도 장작 제품을 팔아야 할 아이들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 등 사회 전체가 나서지 않는다면 유아용품 업체들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출산율 감소는 유아용품 시장 붕괴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일부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속담에 ‘아이들이 아니면 웃을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사민단체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전력을 쏟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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