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하려면

최근 정부가 패션산업 지식기반화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3개 이상 육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패션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몇 년 전 패션업계에서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해외 매장 발굴 및 진출이 붐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다소 늦은 듯한 느낌도 있다. 정부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을 위해 패션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 패션산업 인프라 구축, 패션기업의 글로벌화 등을 추진 방침으로 내놓았는데 “과연 정부에서 제시한 3가지를 충족시킨다면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신소재 섬유를 개발해 봉재 노하우를 쌓고 최신식 공단설립 등 패션 인프라를 구축하여 단순히 ‘품질 좋은 의류’를 생산ㆍ경쟁하던 시대는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됐다. 그리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론칭하고 패션 선진국의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process)를 답습하고 해외컬렉션을 많이 한다고 해서 국내에서 개발된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라는 열매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패션은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인간의 인식을 다루는 심리학적인 예술과 문화이며 동시대의 전반적인 가치관의 산물이다. 이를 경시하고 일반 제조업에서 체득한 이론과 논리를 패션산업에 적용하고 거기에 ‘브랜드’라는 매우 사변적인 개념이 추가가 되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화’ 정책은 영영 다다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돼버릴 수도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육성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패션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경제 논리를 떠나 문화적 상품가치로서 패션을 인정하고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어떤 세분시장을 목표로 삼을 것이며 어떤 콘셉트와 정체성으로 세계인에게 소구할 것인가를 정하는 상품기획 전략과 브랜딩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를 파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산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상품을 세계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킨다는 생각은 과욕이다. 목표시장의 명확화와 전세계를 매혹시킬 만한 상품이 준비됐다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광고 및 프로모션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일관성 있게 통일하여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계의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젠가는 우리의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국경을 초월한 세계인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는 기쁨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