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위기는 없으나 매력은 낮은’ 은행株?

원화가치 상승세 지속, 유럽의 재정위기 재부각 가능성,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건설업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출자전환 은행의 매각익 발생 등등. 내년 국내 은행업종에 놓여 있는 대내외적인 주요 악재와 호재들이다. 과거 어느때보다 복합적인 변수들이 놓여 있는 만큼 업종전망을 섣불리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이같은 고민때문에,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긍정전망으로, 대표주자가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이다. 최 연구원은 먼저 현대건설 매각 성공에 따른 은행들의 매각이익을 주목했다. 현대건설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 5곳의 세전매각익은 3조2,000억원으로, 세후 기준으로도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현대건설 매각익이 반영되는 내년 1분기 은행 순이익은 5조2,000억원으로 역대 사상 최대수준을 시현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출자전환 주식매각을 단순한 일회성 이익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매각에 따른 현금유입액을 수익성성 자산으로 운용하게 되면 순이자마진이 개선되고, ▦장부가 대비 높은 매각금액으로 인해 BPS(주당 장부가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발행하며, ▦BIS비율 상승으로 자본구조가 견실해 짐과 동시에 ▦높은 순익으로 인한 배당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익실현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또 “최근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 인상함에 따라 순이자마진 상승여력은 더욱 높아졌다”며 “내년 1분기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 마진개선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순이자마진 10bp 상승은 순이자이익을 1조1,000억원 증가시키고, 총자산이익률(ROA)와 주주자본이익률(ROE)을 각각 0.08%포인트와 1.2%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은행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펀더멘털 강화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은행주의 저평가 매력은 곧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부담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하나은행에서의 배당수취, 보유증권사 등의 자산매각 등을 감안하면 증자를 통해 조달해야 할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소식에 민영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로 우리금융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지나친 과민반응이 수 있다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최 연구원의 판단이다. 반면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내년 은행업종 전망보고서를 통해 한마디로 ‘위기는 없으나, 매력은 낮다’고 중립적 의견을 내놨다. 박 연구원은 “은행주는 현재 0.9~1.0배의 비교적 낮은 P/B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단지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주식을 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은행주가 매력이 낮은 이유로 4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째 외부환경이 은행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1년 거시 경제는 높은 물가 수준과 낮은 환율, 그리고 명목유동성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중의 명목 유동성이 물가상승분 이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경제주체들의 금융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둘째는 은행의 건전성 회복 지연이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보여준 국내 은행의 펀더멘털은 문제여신의 증가와 이에 대한 충당금 비용의 증가다. 국내 은행 평균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은 4.57%로 2008년 하반기보다 높은 수준이며, 금액으로는 약 44조원에 육박한다. 박 연구원은 “문제는 이러한 문제여신의 크기보다, 매각ㆍ상각, 구조조정을 통한 여신건전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최근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은 자금지원과 금리 감면, 출자전환을 통한 회생모드의 구조조정이고, 업체수 감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건설업계내의 저가수주에 의한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2010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자본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고, 지배구조 문제의 노출과 오버행(Overhang) 이슈, M&A 과정에서 증자 이슈 등 악재에서 자유로운 은행이 별로 없다”며 “올해에 비해 내년의 국내 은행의 자본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은행 이익의 증가에도 그리 높은 밸류에이션를 부여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이익성과의 한계다. 박 연구원은 “내년 국내 은행ㆍ금융지주회사의 평균 ROE는 12% 정도로 예상된다”며 “그 중 출자전환주식 매각 등 보유 유가증권 매각익을 제외하면 약 11%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향후 3개년 ROE를 추정해본 결과 12%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은행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과거 2004~2007년 사이의 구간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국 은행업 주가의 반전은 주주들이 판단하는 자기자본비용, 즉 자본위험이 낮아지는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고, 현 시점에서 이러한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내년 은행업종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 연구원은 “2002년 1월부터 2007년 5월 은행업종지수는 연평균 17.6% 상승하며, KOSPI(18.0%)와 유사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같은 주가 상승은 ROE 16~18%에서 배당성향을 차감한 순자산가치의 증가 및 1배 이상의 PBR 배수로 정당화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업종의 저조한 주가 회복은 ‘저평가’라기 보다는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ROE로 인한 ‘디레이팅(derating)’과정이라고 판단된다”며 “2006~2007년 ROE/PBR 및 PER 평균치를 적용할 경우 내년 은행업종의 주가상승여력은 14~18%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올해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대손비용의 일시적 감소 및 금리상승효과에 따 른 순이자마진(NIM) 반등으로 인해 내년 1분기 은행권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함께 KOSPI 리레이팅(re-rating)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은행업종의 연간 주가 상승여력은 15%에 불과해 연말·연초 선제적 저점 매수전략은 유효해 보이나 은행업종 주가강세 이후에는 추격매수보다 고점매도를 권유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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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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