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대참사] 선체 진입통로 5곳 확보… 물살 약한 정조시간 집중 수색

■ 구조·수색작업 총력

내일 '조금' 다가오며 구조여건 나아졌지만

생존자 소식은 아직…

시신 수습 잇따르자 팽목항은 눈물바다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ㆍ수색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생존자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조금이 다가오면서 점점 조류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구조여건은 나아진다지만 배 안에 있을 수도 있는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1분, 1초가 흘러가는 것조차 아까울 만큼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전남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정부사고대책수습본부는 20일 오전10시에 열린 공식 브리핑에서 "민간과 해군·해경 등이 침몰한 선체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5개를 개척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색하고 있다"며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로 선체 주위 해역을 수색하고 잠수부 563명을 투입해 선내를 집중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부는 또 "선체를 인양하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방법은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배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활동 중인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난 19일 밤 최초로 선체 내부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한 후 이날 오전8시까지 선체 내부에서 모두 16명의 사망자 시신을 뭍으로 옮기는 등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팀은 19일 오후11시48분께 선체 유리창을 깨고 4층 선수 중앙부에 위치한 격실 내부로 진입해 안에 있던 남성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날 오전5시35분께는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격실 내부에서 1명, 오전5시50분께 3명, 오전7시40분부터 8시2분 사이 9명의 시신을 차례로 발견했다. 사고해역 물속에서는 바로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확보가 어려워 잠수부들은 시신을 발견한 장소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물살이 약해지는 정조시간은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는 데 최적의 시기로 이날 정오와 오후6시 전후 한 시간 정도씩 찾아왔다. 구조팀은 정조시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으며 이날 오후3시까지 7명의 시신을 더 수습해 사망자 수는 56명, 실종자 수 245명을 기록 중이다.


바닷물은 밀물과 썰물에 따른 높이 차가 가장 큰 사리(음력 15ㆍ30일) 때 조류 속도가 최고를 기록한 뒤 차츰 느려져 조금(음력 8ㆍ23일) 때는 최저로 사리와 비교해 60% 수준까지 물살의 속도가 떨어진다. 돌아오는 조금은 22일로 물살이 나날이 느려지는 만큼 구조ㆍ수색 작업도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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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여건이 나아진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등지에서는 이 상황을 그저 반갑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침몰해역으로부터 들려온 새로운 소식은 오로지 시신을 발견했거나 수습했다는 내용일 뿐 생존자 구조의 낭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팽목항 가족지원대책본부에 마련된 게시판에 새롭게 희생자 명단이나 신원미상 사망자의 체격과 복장 등 특징이 적힐 때면 실종자 가족들은 몰려들어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긴 한숨을 내뱉기를 반복했다.

희생자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한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오열하다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현장 응급의료소로 실려가기도 했고 여전히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부모들도 속 타는 심정을 그대로 분출했다. 사고 닷새째에 접어들면서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지 않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옅어지는 만큼 실종자 가족들은 사망자 명단에 어떤 이름이 오르건 그저 슬퍼할 뿐이었다.

이날 정오께 구조작업이 수월하다는 정조시간이 찾아오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어봤지만 사망자 게시판에 50번째 시신이 입고 있는 옷과 치아 형태의 특징만 새로 적혔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지난 밤새 구조작업에서 수습된 시신 13구가 해경 경비함정에 실려 팽목항에 도착하면서 주변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가족들은 상황실에서 사망자 수습소식을 듣고 인근 선착장으로 향했으며 오전9시43분께 첫 함정이 항구로 들어오자 수백여명의 가족들은 울부짖었다. 대기장소에 들어간 가족들은 자식의 이름을 외치며 대답이 없는 아들과 딸을 끌어안고 흐느꼈고 팽목항 주변 일대도 숙연해졌다. 신원 확인을 마친 희생자들은 팽목항 도착 1시간여 뒤에 가족들과 119구급대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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