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30일] 소비와 저축, 중용의 미덕

물가 급등과 고용 부진으로 소비자 심리지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기업들은 절약과 비용 감소를 내세우며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부진은 내수를 어렵게 하고 이는 또 일자리를 잃게 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득은 소비와 저축으로 지출된다. 경제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모든 국민이 소비는 하지 않고 지갑을 닫기만 할 경우 기업이 생산한 물건은 팔리지 않게 되고 결국 기업은 도산하여 실업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모든 국민들이 저축은 하지 않고 소비에만 몰두한다면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할 돈을 은행에서 빌려야 하지만 은행은 국민들의 저축이 없어 돈을 빌려줄 수 없게 된다. 결국 기업은 자금 부족으로 제대로 생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절약과 저축의 대명사인 일본은 1990년대 불황기에 과잉 저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대 당시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국민들은 소비지출을 과감하게 늘렸어야 했는데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반대로 저축을 늘렸고 이에 따라 경제가 한층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 것이다. 이처럼 소비와 저축은 동전의 양면처럼 경제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상 저축이 최선이고 소비는 악덕이라는 말은 더 이상 옳지 않다. 때문에 소비와 저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중용’의 미덕이다. 과거 한때는 근검절약과 저축만을 미덕으로 생각한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요즘처럼 내수가 어렵고, 기업의 투자도 저조한 상황에서 가장 비중이 큰 소비가 늘어난다면 새로운 투자와 고용 기회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에 도움이 된다. 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시기가 된 것이다. 일부러 소비를 미화할 필요도 없고, 동시에 늘어나는 소비를 과소비로 치부하며 나쁘게만 볼 필요도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중용은 아껴 쓸 수 있는 곳은 ‘절약’을 실천하고 사치스런 소비로 부를 과시하는 것이 아닌, 건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먼저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한다. 저소득층은 지갑을 열어도 현재 내놓을 돈이 없다. 각종 이해 관계가 얽힌 경제의 특성상 ‘가진 사람’이 돈을 쓰면 ‘덜 가진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부를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보석과 같은 사치품은 값이 비쌀수록 많이 팔리며 젊은 층에서 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분수에 맞지 않게 타인의 소비를 모방하거나 유행에 휩쓸리는 경우도 많다. 선진국처럼 사회지도층이나 고소득층일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고, 과시적 소비 대신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와 저축의 목적은 행복이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균형 있는 소비와 저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중용의 미덕을 지켜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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