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음악가 버나드 허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왼쪽)과 버나드 허먼 /사진=bernardherrmann.org

서스펜스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를 본 사람들이라면 샤워를 하던 여주인공이 식칼로 난자 당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장면이 한 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만큼 충격적인 이유는 히치콕의 뛰어난 연출력 탓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보는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은 버나드 허먼의 음악 때문이다. 허먼은 청각을 비롯해 인간의 전 감각을 유린하는 이 음악을 현악기만을 사용해 만들었다. 아이러니하다 할 것은 히치콕은 처음에 이 샤워 신을 음악 없이 처리하려 했으나 허먼의 건의로 음악을 삽입 했다는 점이다. 히치콕의 여러 작품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데는 허먼의 음악이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귀기 서리고 로맨틱한 '현기증'이라는 곡과 현들이 신경을 자극하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독립음악으로서도 훌륭한데 만약 이 영화들에 허만의 음악이 동반되지 않았더라면 관객의 영화에 대한 반응도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히치콕과 허먼은 '해리의 문제'(1955)로부터 시작해 '마니'(1965)에 이르기 까지 10여년에 걸쳐 함께 일했다. 이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는 모두 철저한 완벽주의자들인 두 사람의 창조 및 예술적 이견 탓이었다. 허먼은 줄리아드를 나온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오페라 '폭풍의 언덕'과 칸타타 '모비 딕'을 작곡했다. 그는 일찌감치 전자음악과 악기를 실험한 사람으로 많은 영화음악에서 현악기 위주로 음악을 만들었다. 허먼의 유작은 마틴 스콜세이지의 '택시 운전사'(1976)로 그는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재즈기 짙은 이 음악을 작곡한 직후 사망했고 스콜세이지는 이 영화를 허먼에게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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