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예스터데이

현란한 비주얼…그러나 암울한 미래2020년. 통일된 한반도에는 최첨단 문명을 구가하는 인터시티와 국경지역 우범자들의 소굴인 게토가 공존하고 있다. 은퇴 과학자들을 노린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SI(특수수사대)가 투입된다. 그러나 범인은 이를 조롱하듯 현장마다 펜던트를 남기고 SI 팀장인 윤석의 아들을 납치해 숨지게 만든다. 인터시티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사건은 범인이 삼엄한 경호망을 뚫고 경찰청장마저 납치해간 것. 미국에서 막 귀국한 경찰청장의 딸 희수가 수사팀에 합류하고 석을 비롯한 수사팀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다. 이들이 한발짝씩 범인의 실체에 접근해갈수록 한꺼풀씩 놀라운 비밀이 밝혀진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DNA 조작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인공들의 대결구도로까지 이어진다. '헤어드레서'조감독 출신인 정윤수감독의 데뷔작 '예스터데이'(제작 미라신코리아)는 유전자에 살인코드가 입력된 범죄자 골리앗과 미래경찰 SI의 대결을 그린 SF블록버스터다. 감독은 미래사회의 화두로 DNA 조작기술의 발달을 통한 정체성의 혼란을 이야기한다. 전편에 무겁게 깔린 느와르풍 화면은 암울한 우리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어두운 색조에 공중을 나는 광고비행선, 배경하늘에 CG로 채워넣은 초고층 빌딩, 이와 대조되는 무국적 이미지의 슬럼가등이 어우러져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살려낸다. 특수수사대가 사용하느 첨단 수사장비의 디자인이나 쓰임새도 그럴듯하다. 화상통화가 가능하며 지문을 인식해 로그인하는 카드형 인터넷폰, 공간에 남겨진 DNA의 흔적을 감지해 범인을 추적하는 DNA스캐너, 신원확인용 치아 스캐너, 적외선을 이용한 무선전송기 등 색다른 장비들이 동원됐다. 80억원의 물량이 투입된 세트에 첨단장비,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만들어낸 현란한 화면등은 이전 영화들과 달리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런 비주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감각을 선보였다. 그러나 영화의 초반 정보의 노출이 너무 적고 후반에는 너무 많다 보니 이야기를 쫓는데 어려움이 있다. 범인들은 전국경수비대원들이고, 그 리더는 골리앗(최민수)이다. 골리앗은 어릴 때 DNA조작을 통해 인간을 개조하는 국방부 비밀 프로젝트에 끌려가 인간병기로 키워졌다. 경찰청장을 납치한 일련의 사건은 그의 복수극이었고, 거기에 석을 끌어들인 건 석이 골리앗의 DNA를 복제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허나 DNA조작, 인간복제, 기억 내지 정체성 상실 등의 각종 재료를 스펙터클한 화면에 녹아내지 못해 영화관을 나서면 두바이호텔 폭파장면과 같은 강렬한 화면만 잔상에 남고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가슴을 짓누를 뿐이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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