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올림픽 영구 종목 합류=당초 태권도는 근대5종, 레슬링, 베드민턴, 탁구 등과 함께 퇴출 예상종목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레슬링이 최종 탈락함에 따라 위기권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25개 핵심종목에 포함, 향후 올림픽 퇴출 가능성 또한 벗게 됐다. IOC는 오는 2020년 하계 올림픽부터 이들 25개 핵심종목을 고정 종목으로 삼고 개최국ㆍ대륙의 특성에 따라 3개 종목을 추가로 순환 선정, 총 28개 종목으로 올림픽을 치를 방침이다.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은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회원국 수가 204개로 늘어나는 등 ‘글로벌 스포츠’로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태권도가 상대적으로 최근인 지난 2000년에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합류했고, 신규 진입을 노리는 종목의 도전도 거세 핵심종목 탈락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함께 거론됐던 5개 탈락 예상 종목 중에서도 올림픽 정식 종목의 역사는 태권도가 가장 짧다.
하지만 태권도는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전자호구시스템과 현장 비디오판독제를 도입, 판정시비 등을 없애는 한편 ‘쉽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시각을 더하며 일부 남아있던 부정적인 시선을 씻었다. 끊임없는 개혁이 영예로운 결과물을 낳은 것이다.
태권도에 걸린 8개 금메달도 8개국이 고루 나눠 가진 점도 종주국의 위상에는 흠집이 났지만 ‘절대 강자’가 없음을 보여주며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레슬링 탈락, 최대 이변= 전문가들은 IOC가 유서 깊은 종목인 레슬링을 정식 종목에서 제외시킨 것을 이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에서부터 5종 경기 중 하나로 치러졌고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함께 한 종목. AP통신에 따르면 탈락 거론 종목 중 가장 점수가 낮았던 종목은 근대 5종이었지만 최종 고배는 레슬링이 마시게 됐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올림픽의 프로그램을 일신하고 개혁하는 과정”이라며 “레슬링 종목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25개 종목이 잔류하는 게 더 낫다는 게 집행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높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게 된 이유로 외신들은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 수비 위주의 플레이가 이어지며 재미없는 종목이라는 비판을 제기된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올림픽에 상업화 바람이 불어 닥친 이후 이같은 시각이 급증한 점을 지적하며 주요 선진국에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레슬링은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여성 종목이 추가됐으며 러시아(11), 일본(6), 이란(6), 아제르바이잔(7) 등이 강세다. 이와 관련, 김창규(74) 아시아레슬링연맹 회장도 “처음 듣는 이야기로 국제레슬링연맹(FILA) 차원에서도 미리 준비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며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AP통신은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격”이라며 “퇴출이 결정된 레슬링은 향후 저변 축소와 수입원 감소 등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