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와의 관계(장기호황 미국경제)

◎경기순환 달라져 「반사익」 감소/90년대 기점 연관성 약화/대미수출비중 갈수록 줄어/지난해 전체 16.7% 불과지난 60∼70년대에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일본은 감기에 걸리고,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었다. 역으로 미국 경제가 호황이면 한국경제도 그 득을 보았다.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40∼50%에 이르던 시절이었던 만큼, 미국과 일본·한국의 경기사이클이 동시에 진행됐었다. 다른 한편 한국경제는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폐단도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동안, 일본은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국 경제도 지난 95년말부터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8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이외의 경제권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 경기 사이클의 동시성·연동성이 약화됐고, 각국 또는 각 경제권의 경쟁력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은 전체의 47.3%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엔 16.7%로 떨어졌다. 반면에 중국·일본을 포함한 대아시아 비중이 70년 37.0%에서 50.7%로 늘어났다. 그동안 수출다변화 정책이 성공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경제가 미국의 경기순환보다는 일본·동남아 경제와의 관계가 한층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언론들은 일본을 선두로 한국·대만이 뒤를 따르고, 중국·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이 다음 단계에서 추수하는 아시아 경제가 전체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아시아 국가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생산과잉 ▲자본시장 취약 ▲노동비용 상승 ▲빈약한 사회간접자본 ▲광범위한 부패 ▲비효율적인 교육 등을 꼽았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반도체·자동차·유화 등 비슷한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바람에 생산과잉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예컨데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시설을 확대, 지난해 이후 가격 폭락 현상이 발생했다. 또 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중국의 인민차 생산, 태국의 연산 1백50만대 생산계획등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중소형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이 빚어지고 있다. 미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 회장은 아시아 자동차 시장에 「피의 숙청(blood bath)」을 예언한바 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에서 경제발전을 주도했던 정부가 이제는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는 『아시아의 침체는 경제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문제』라며 『한국과 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금융위기를 분명히 인식했으면서도 미봉적인 대응에 그쳤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이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경우 다시 고도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가지려면, 미국 경제가 80년대의 침체를 극복, 경쟁력을 회복한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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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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