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침체 금융위기 경보
銀 부실채권 부담에 주가폭락 겹쳐 손실가중
도쿄 증시의 주가 폭락이 아직도 부실채권에 허덕이는 일본 은행들을 짓누르면서 제2의 금융위기를 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유달리 주식보유 비중이 높은 일본 은행들이 최근의 주가 하락에 따른 자금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속속 제기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은행들이 떠안은 부실채권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금난이 가중될 경우 일본이 자칫 지난 98년과 같은 금융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22일 경고했다.
애널리스트들도 은행들이 1만3,000엔대로 가라앉은 현재의 주가를 견디지 못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은행 분석가인 구니시게 노조무는 "닛케이지수가 1만4,600엔 아래로 떨어지면 은행들은 주식투자 손실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카이 은행의 한 기획담당자도 "현 증시는 은행들을 적자로 돌려놓을 시점까지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21일 23개월만에 최저치인 1만3,423.21엔으로 장을 마감한데 이어 22일에도 1만3,000엔대에 머무는 등 연초대비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부실채권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의 주요 자산인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들은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주식매각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는데도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게다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은행들이 저마다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경우 일본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ING 베어링스의 은행분석가인 제임스 피오릴로는 지적했다.
이처럼 신용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일본은행은 최근 들어 자금을 대량 방출, 간접적인 증시 부양에 나섰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연말 유동성 공급을 위해 풀어놓은 단기 자금은 49조1,000억엔(약 4,380억달러). 지난해 컴퓨터의 인식오류문제인 'Y2K'에 대비해 시중에 공급한 48조엔을 웃도는 규모다.
BNP파리바 은행의 수석 전략가인 시마모토 고지는 "연말 자금을 넉넉히 공급함으로써 증시를 부양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지난 8월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이 넉 달만에 금리를 되돌려 놓지는 못하는 상황인만큼, 비난여론을 피해 증시를 부양할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1월 정례이사회에서 증시폭락이 가계, 기업, 금융기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지와라 사쿠야 부총재도 자금 공급이 증시 부양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유동성 공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