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달러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전년보다 각각 3.0%, 6.1% 늘어났다. 건설업이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제조업도 다소 나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내용은 숫자만 못하다. 환율절상과 통계 기준연도 변경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원화 기준 1인당 GNI 증가율은 3.1%로 달러 기준 증가율(6.1%)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새로운 국민계정체계(2008 SNA)를 적용하고 기준연도를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꾼 점도 수치를 소폭이나마 끌어올렸다.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정부의 무기구입도 GDP에 새롭게 반영됐다.
속은 더욱 안 좋다. 성장을 이끌 설비투자도 1.5%나 감소했다. 30%대 초반을 유지하던 국내 총투자율도 28.8%로 내려앉았다. 20%대 추락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섰던 2009년(28.6%)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해 국외투자액은 73% 늘어나 80조원을 웃돌았다. 규제가 덜하다는 경영환경은 물론 생산성까지 높아 제조업의 해외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소득수준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주머니사정을 보여주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4,690달러(약 1,608만원)로 1년 사이 1,020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이 늘었어도 급등한 전월세와 생활물가를 감안하면 별 도움이 안 된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2.0%로 정부소비 증가율 2.7%를 밑돈 게 다 이유가 있다. 투자와 국민의 주머니사정이 시원찮으니 내수가 경기회복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수 활성화의 두 축이 투자와 소비인데 최근 민간소비 증가율은 GDP 증가율보다 낮다. 소득이 늘어도 노후·일자리·주거불안과 가계부채 부담에 짓눌려 소비를 늘리지 못한 것이다. 성장률과 국민소득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의 국내투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