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24일] 환율불안 해소와 키코의 한계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위기에 이어 올 초에는 프라임 은행마저 위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밀려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선 등 주요 수출품의 호조가 예상되면서 원화가치는 한동안 강세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수출 기업, 특히 마진이 적은 중소 수출업체들은 환율불안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환율위험을 덜어준다는 키코(KIKO) 계약에 다수의 수출업체들은 내용도 잘 모르고 은행의 권유로 가입했다. 6월 말 현재 키코에 가입한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480개였다. 그런데 9월 들어 환율이 반전돼 달러 강세가 시작되더니 11월에는 달러당 1,500원을 넘어가면서 키코 업체들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키코는 ‘knock-in, knock-out’의 약어로 수출기업이 환율위험을 커버할 수 있게 만들어진 외환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환율이 위든 아래든 비정상적으로 격변하면 수출업체에 별 도움은 안 되고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 함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키코의 구조를 촘촘히 살펴보면 실상은 이래저래 수출기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품이었다. 지금은 환율이 1,200원대에 내려와 있고 당분간 이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래 환율 예측은 아무나 못한다. 투기자본의 국제이동이 심한 때 환율예측은 매우 어렵고 이번과 같이 한세기에 있을까 말까 하는 미국의 금융공황과 우리에게 닥친 환율 쓰나미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환율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자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ㆍ외환시장은 쏠림이 심한 것이 큰 문제다. 한때 코스닥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자 ‘묻지마-코스닥투자’에 열을 올리다가 많은 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근년에는 펀드가 좋다고 하니까 ‘묻지마-펀드투자’에 개미군단이 몰리더니 원금까지 송두리째 날린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앞으로 이런 쏠림현상이 없도록 당국의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키코 상품도 그 디자인은 완벽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수출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환차손 고충을 좀더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외환 파생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또 그런 상품만이 허용돼야 한다. 그리고 이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도 앞으로는 불완전판매자라는 오명은 받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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