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준호 기자 |
|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구체적인 계획없이 막연히 낙향을 꿈꾸는 대부분 도시 사람들에게 귀농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직업을 농업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입니다.
농업을 전제로 한 낙향은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아닙니다. 건강 문제로, 사업 실패로, 향수 때문에, 오랜 희망 때문에, 또는 직장에서의 은퇴로 낙향을 생각하게 되지만 오랜 시간 철저히 준비해야만 적당한 곳에 터를 잡고 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얘기였습니다.
한 취재원은 “돈이 없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어지간한 시골도 땅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 농지 확보가 어려운데다, 경제적 부담을 안고 귀농할 경우에는 많지 않은 소득 때문에 한 번 더 좌절하기 때문입니다.
귀농을 통해 농업인이 됐다면 ‘잘 짓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잘 파는’ 것도 중요합니다. 판매야말로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니까요.
리빙앤조이팀이 만난 춘천의 김태수 씨는 “정 (귀농) 하고 싶으면 몇 년 동안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라도 돈독히 쌓고 오라”고 조언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농약과 비료를 쓰지않는 유기농을 해서 인증마크를 받는다고 해도 소비자가 100% 믿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가 지은 농산물이니 믿고 구입할만하다’는 정도의 신뢰 관계는 직거래 판로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귀농자의 영농 규모에 대해서는 “어차피 소규모로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김 씨는 “대규모 농업을 택하게 되면 투자비가 많이 들고 농업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갈수록 농촌에 일손이 달리기 때문에 남의 손을 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김 씨는 이어 “어차피 귀농자의 선택이 소규모 농업이라면 집중 관리를 통해 품질 좋은 유기농산물을 생산해 직거래로 수익률을 높이는 게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업의 기술적인 면도 하루 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년을 사이클로 돌아가는 농업을 몇 달 사이에 배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농업관계자는 “관(官)에서 하는 기술 교육이 농민들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니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특정 종목을 잘 한다는 농장을 쫓아다니면서 배우겠다는 결심 없이는 뜻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귀농에서 또 하나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자녀 교육 문제입니다.
시골에 갔다고 해서 자녀가 자연을 벗삼아 친구들과 산과 들에서 뛰어 놀 것을 기대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요즘 농촌 학교는 한 학년 인원이 10명 도 채 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마을에 사는 경우가 많아 또래 집단 형성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도시의 놀이 방식에 익숙한 자녀들이 시골 생활을 심심해하는 것 또한 많은 귀농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입니다.
귀농자의 이웃 관계 형성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는 외부인에 대해 아직 배타적인 정서가 많습니다.
한 30대 귀농인은 “생면부지의 기존 주민들과 어울리는 부분이 꽤 어려웠다”며 “특히 5개 마을에 젊은 사람이 10명도 안됐기 때문에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어 더욱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귀농자에게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고 합니다. 한 농업인은 “기존 주민들과 잘 어울려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편입하는 것이야말로 귀농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