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상품 유통 채널에서 신상품 개발·판매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업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자체 상품(PL·PB) 출시 경쟁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힌 데 이어 이제는 제조업체(NB)상품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것. 특히 그룹 오너가 직접 PL 신제품 기획과 개발, 마케팅 전면에 나서는 등 단순 유통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 기업으로 변신을 위해 경쟁력있는 PL 개발에 전사적으로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26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전체 상품에서 PL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6.7%에 달했다가 2014년 18.3%까지 낮아졌다. 경쟁력이 낮은 상품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물은 PL로 취급하지 않는 등 PL 개념을 재정립하고 관리 체계도 바꾼 데 따른 감소세였다.
하지만 올들어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PL 비중이 다시 20%로 올라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로 추가된 상품들이 단순히 자체 라벨만 붙인 게 아니라 상품 기획과 개발, 패키지 디자인 등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출시되고 있다는 것.
충분한 준비 단계를 거쳐 출시된 상품들은 시장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지난 15일 선보인 PL '진심을 담은 요구르트'는 출시 4일 만에 2,000개 이상 팔렸고, 지난 달 선보인 PL '똑똑한 썬크림'은 출시 한 달 만에 전체 자외선 차단제 중 판매량 7위를 차지했다.
또 간편식 PL인 피코크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게 출시된 가운데 범위가 가정식 요리와 반찬에서 일품요리, 착즙쥬스, 통곡물, 커피, 과자, 조미료 등 먹거리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 이마트는 울금, 장단콩, 감귤, 도라지 등 국산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내놓는 등 PL을 통해 지역 생산자와 윈윈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유통 시장의 자체 브랜드 상품들은 주로 가격을 낮춰 NB와 경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이마트는 NB보다 더 고급스럽고 전문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뿐만 아니라 SSG푸드마켓 등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서도 PL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문을 연 SSG푸드마켓 목동점에 들어간 PL 상품 수는 420여개. 목동점 오픈 전 SSG푸드마켓 PL이 270여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0% 이상 늘었다. 프리미엄 채널의 수준에 맞게 PL 상품도 고급화해 내놓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피코크 등 경쟁력있는 PL의 고성장세는 콘텐츠 투자에 대한 결실인 셈"이라며 "신세게가 단순 유통 플랫폼 업체에서 콘텐츠 제공업체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