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경기에 혼쭐나는 의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상가를 들르게 된다. 특검법안 거부로 국회가 문을 닫은 후 더 자주 찾게 됐다. 웬일로 들렀냐는 물음에 여의도 회사(국회)가 문을 닫아서 왔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웃는다. 다들 장사가 안돼서 죽겠다고 한다. 지역 상가에는 가게의 업종과 주인들이 1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바뀌었다. 식당이 많이 생겼고 특히 김밥가게가 동네마다 부쩍 늘었다. 가게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주민들 얘기가 가게가 하도 바뀌어서 간판가게만 돈을 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한달에 300만원을 벌기가 어렵다고 한다. 항상 웃는 그 아주머니가 뉴스에서 매년 파업하는 대기업 근로자들 연봉이 수천만원이라는 이야기에 욕이 나오더라고 한다. 물론 사치스럽게 사는 부유층은 원래 다른 세상 사람으로 치고 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쯤 경기가 좋아지겠느냐고 묻는다. 또 정치가 역할을 못한다고, 국민들 잘살게 하는데 도대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느냐고 추궁한다. 당신이라도 정신 차리고 잘하라고 주문한다. 국회의원은 주민한테 혼쭐난다. 수출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고 오히려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업투자와 가계지출이 침체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투자 부진은 불확실한 미래전망, 전투적 노동운동, 일관성 없는 정책 등 여러 요인으로 투자의욕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가계지출의 침체는 가계부채의 부담이 주요인이다. 카드거품 시기에 쌓인 카드 빚,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라 잔뜩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등의 가계부채로 소비주체인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다. 이를 해소하는 데 1년반 가량은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불경기 속에서 국민의 소박한 희망이 상처 입고 있다. 늘어가는 사교육비, 저축 가능한 금액의 몇십배씩 올라버리는 집값.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은 의심받고 있다.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절망의 그늘이 넓어지고 그 부담은 사회 전체에 돌아온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국민의 몫이라면 국민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기업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신 정당한 세금을 내도록 하고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가 일자리를 통해 세금과 사회안전망을 통해 사회 구석구석의 국민들에게 삶의 조건으로 혜택이 가게끔 해주는 것. 이것이 정책당국과 정치권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가 아닌가. 국회의원이 혼쭐나는 것은 당연하다. <원희룡 국회의원(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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