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정부에서 삼성자동차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을 때 협력업체들에서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내용이다.사실 국내부품·소재업체들의 경쟁력 부족은 기업의 영세성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최대업체의 연간매출규모는 세계최대업체의 5.6%에 불과하다. 영세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고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가 대형화됐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하나에 매달린다면 이역시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해외시장 진출,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거래선 다변화등 업계 자체의 자구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일부업체에서 일고 있는 다변화 움직임들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안산에 자리잡고 있는 전자제품·반도체장비 부품업체인 A사는 요즘 정신이 없다. 그동안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 전자파측정장치등을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플라즈마」를 이용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에서는 아직은 대기업 의존비율이 높지만 조만간 외국의 유명의류·신발업체와 손잡고 자체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 87년부터 감속기만을 생산해 온 B사는 최근 벤처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감속기 개발로 쌓아온 기술력을 가지고 기존 감속기보다 10배이상의 성능을 가진 초경량감속기를 개발했다. 현재는 시험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출등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이감속기가 조만간 세계시장에서 히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마케팅과 완제품을, 협력업체를 비롯한 기존 중소제조업체가 부품을,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벤처기업이 신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3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위기극복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한연구원이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한기업이 생산과 유통, 기술개발등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힌 것처럼 대기업에서 모든 것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전문가들은 기술과 생산, 마케팅이 분리되는 새로운 공조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역벽로 특화된 산업단지를 구성하는 것도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퀼컴사 중심으로 샌디애고 근교에 와이어레스(WIRELESS)밸리가 조성돼 있고, 애리조나근교에는 포토닉스(PHOTONICS)타운이 형성돼 있는 것처럼 국내에도 산업별 전문단지를 구성해 집단형성을 통한 기술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 역시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범정부적 차원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도 기술개발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습니까』 라는 한업체사장의 하소연처럼 이들은 정부지원자금의 30%이상이 전산업체의 극히 일부인 벤처기업에게 집중되는 등 정책자금 흐름의 개선등이 없으면 경쟁력 강화라는 대명제는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