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애매모호한 선정성 기준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는 한몸(?)'
최근 TV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SBS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개그맨은 방송에서 "개XX" 같은 욕설을 쏟아내고 MBC는 출연자의 거짓방송을 묵인한다.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KBS도 '미녀들의 수다' 같은 자극적인 프로를 틀어댄다. 특히 KBS 2TV는 오락성만으로 따지면 상업방송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선정성만 놓고 따져보면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나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출연 여성들이 마구 옷을 벗어젖히는 케이블TV와 자신들이 어떻게 같으냐고 말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게 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나 미리 연출한 내용을 실제인 양 보여주는 케이블TV와 비교할 수 있느냐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보다 적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즉 케이블TV가 유료 방송이라는 점을, KBSㆍMBCㆍSBS는 무차별 노출이 특성인 지상파 방송사임을 감안한다면 선정성의 정도는 양측이 비슷한 셈이다.
케이블TV의 선정성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케이블ㆍ위성TV 오락 채널인 tvN의 송창의 대표가 선정성 때문에 국정감사 자리에 불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훈계를 받아야 할 대상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닐까. 기본 규칙마저 저버리는 제작자들도 많지만 케이블TV는 지상파 방송과 비슷한 잣대로 평가하는 이들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가 선정적이냐'만큼 판단하기 힘든 명제도 없다. 정보성이 강한 교양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가 하면 오락성이 강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지상파는 지상파다워야 하고 케이블TV는 케이블TV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가 케이블TV답고 케이블TV가 지상파의 잣대로 평가받아서는 곤란하다. 방송사업자와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판단을 바라본다.
입력시간 : 2007/10/23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