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달러당 111엔대로 급등하면서 일본 기업들 사이에 「강한 엔」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엔 강세가 일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 국제 투자자들이 엔화를 집중 매입하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엔 강세의 영향으로 상당수 일본 기업들의 제품 수출단가가 급등, 매출 및 수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일 올들어 계속된 엔 강세가 일본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 굴지의 전자업체인 소니의 경우 지난 2·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엔화가 달러당 135엔대에서 움직이던 지난해에 비해 이 기간중엔 120엔대로 크게 오르면서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혼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간중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와 유럽경제의 회복세에도 불구, 순익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오로지 엔 강세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외 고객들이 수출 가격이 크게 오른 일제 자동차의 구입을 꺼리면서 수출 둔화와 순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20엔대에서도 이런 타격을 받았는데 111엔로 크게 치솟았으니 앞으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이들 기업들의 생각이다. 19일 카메라업체인 캐논을 비롯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주식투자자들사이에 이같은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 강세에 따른 영향은 아직까지 일부 기업에 국한되고 있으며, 110엔이 무너지지 않는 한 우려하는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메릴린치 저팬의 경제분석가인 제스퍼 콜은 이와 관련, 『연초 일본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엔-달러 환율을 112~116엔대로 예상했지만 아시아 등의 경제회복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가 급증, 108~110엔대에도 경쟁 여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 등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에서 핵심 부품들을 수입,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 2·4분기중 일본의 대한(對韓)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급증했다.
한편 저널은 엔 강세가 당장은 아시아 지역의 경제회복에 보탬이 되겠지만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져들 경우 일본의 수입수요 감소에 따라 새로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