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22일] 디플레이션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한국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물가하락이 가시화되면서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등으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디플레이션은 소비부진이 근본원인으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고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총력대응이 요구된다. 미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1%나 떨어져 통계작성 이후 6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민간소비ㆍ고용동향 등 각종 지표도 모두 수 십년 만의 최악이고 주식ㆍ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락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성장률 역시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등 디플레이션 징후가 확연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4~5개월 전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유럽과 일본도 디플레이션 징후가 완연하다. 영국과 일본 모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월보다 떨어졌고 세계적인 수요둔화로 수출 및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다. 지난 2ㆍ4, 3ㆍ4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유럽과 일본은 내년 성장률도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3대 축인 미국과 유럽ㆍ일본이 모두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속락하고 소비가 크게 둔화되면서 물가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환율ㆍ고유가 등 외부요인을 감안하면 이미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이렇다 할 경기대책도 없고 한국은행은 금융위기가 폭발하고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도 엉뚱하게 물가를 잡는다며 금리를 올리는 악수를 뒀다. 각국은 추가 금리인하, 감세 등 경기부양을 통한 소비진작에 총력을 쏟고 있다. 글로벌 정책코드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디플레이션 차단으로 바뀐 것이다. 미국은 1%인 정책금리를 또 내릴 방침이다.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한번 휘말리면 금리를 비롯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선제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이제라도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금리를 과감하게 내리고 재정확대 등 실효성 있는 경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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