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의 인사 코드는 '우보(牛步)'인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한달 반만인 19일 임원인사를 했다. 공석이 된 지 43일 만에 자리를 채웠다.
김 총재는 하지만 공석인 두 사람 가운데 한 명만 채웠다. 경영 관리 담당 부총재보에 장세근(55ㆍ사진) 전 총무국장을 선임했는데 정작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겨뒀다.
국제 담당 임원 후보에 여러 명이 거론됐음에도 이들 중 한 명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남은 한 자리에 대한 인사를 언제 할지는 불투명하다. 한은 내부에서는 오는 8월 정기인사 때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자연스럽게 국장들에 대한 회전ㆍ승진 인사가 미뤄지게 됐고 인사를 앞둔 국장들은 조바심 속에서 또 몇 달을 보내게 됐다.
국장과 국장 승진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 총재 스스로 자신이 사람들을 겪어보고 난 후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인사가 늦어지면서 김 총재가 한은 조직의 세대 교체에 뜻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임원이 된 장 부총재보는 지난 1978년 입행했다. 입행 기수로 따지면 선배들이 적지 않다. 보직은 다르지만 이들을 일단 제쳐두고 우선 인사를 한 만큼 선배 기수들로선 더욱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김 총재로서는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고르는 데 심사 숙고한다는 명분을 댈 수 있지만 직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른 것이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워크홀릭 총재' 앞에서 적어도 몇 달 동안은 주말을 반납해야 할 판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승진한 장 부총재보는 충북 청주 태생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은에 입행, 금융시장부 시장조사실 과장과 공보실장, 발권국장, 총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후임 총무국장에는 박원식 비서실장, 비서실장에는 이홍철 부국장이 각각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