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45)의 그림 작업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그곳에는 기억의 반추가 함께 한다. 전남 해남군 마산면 장촌에서 태어나 조선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경기도 덕소의 원문리에 작업실을 꾸민 박수룡은 메뚜기의 형상에서 자신의 운명을 느끼거나 갈색 그리고 백색등의 강렬한 색감을 통해 유년의 그 몽롱한 기억을 반추한다.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문을 열어 오는 7월 9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 박수룡은 솟아나고 들어가는 두터운 질감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편린들 그리고 자신의 실존적 양상에 대한 해석을 담아낸다,
『바퀴 위에서 메뚜기가 춤을 춥니다. 그놈은 아무리 뛰고 또 뛰어도 제자리 걸음이지요. 그렇다고 서커스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찌보면 횡뎅그레하게 남아있는 나 자신의 운명을 연상시키도 하지요.』
박수룡이 「메뚜기 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자화상에 다름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훼손되어 가는 자아(自我)에 그물을 던지는 작업이 바로 박수룡의 작품세계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종이, 합성수지, 기타 혼합재료등을 뒤섞어 격렬한 요철을 캔버스 위에 연출하는 박수룡은 어린 시절 고향 근처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은적사의 터를 맴도는 원혼들을 위핸 해원(解怨)의 몸짓도 보여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절터.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죽은 이들의 숨결을 느끼며 두려워했던 것. 이번 전시에는 또 「대왕외투」등 조각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해남야그」 또는 「백색기억」등의 작품으로 재현되는 과거와의 해후에 대해 작가는 『지금도 눈에 밟히는 그때 그곳에서의 삶이 어느새 이번 그림 작업의 화두가 되었다』고 말했다.
박수룡은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89년), 월간미술세계 작가상(94)등의 수상기록을 갖고 있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