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2일] 독가스

1915년 4월22일 오후5시, 벨기에 이프레(Ypres) 전선. 프랑스군에 배속된 알제리 식민지군 초병이 소리쳤다. “낮은 구름이 몰려온다.” 철조망 지대를 통과한 ‘구름’은 참호 속으로 깔리며 어리둥절해하던 병사들의 혈관을 서서히 막고 폐를 찢었다. 독가스가 처음 사용된 순간이다. 프랑스군이 최루가스를 쓴 적은 있었지만 화학제가 대량살상무기로 등장한 것은 처음. 독가스탄은 지금도 ‘이프레이트(Ypreite)탄’으로 불린다. 5,730개 통에 담긴 168톤의 염소가스의 위력은 상상을 넘었다. 바람을 타고 6.4㎞ 구간의 프랑스와 캐나다군 진지를 덮쳐 5,000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말 그대로 생지옥. 숨을 헐떡이던 6,000여명은 포로로 잡혔다. 5월 말까지 계속된 이프레 전투의 사상자는 독일군 3만5,000여명에 연합군 7만4,000여명. 독일의 명확한 우세였다. 비밀무기의 위력에 놀란 영국과 프랑스도 보복에 나섰다. 화학무기 개발 경쟁이 펼쳐져 양측은 종전까지 20여종의 독가스를 개발해냈다. 1차대전 중 뿌려진 독가스는 모두 5만965만톤. 8만5,000명이 죽고 부상자 1,176만명이 발생했다. 독가스의 공포는 갈수록 커진다. 확산 탓이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세계 최대의 화학무기 보유국’이라고 비난하고 중국과 러시아ㆍ이스라엘에도 막대한 물량이 비축돼 있다. 생화학무기의 최대 매력은 경제성. 전투원 1명을 죽이는데 필요한 평균 비용이 재래식 무기 2,000달러, 핵무기 800달러, 화학무기 600달러, 생물무기는 1달러라는 추산도 있다. ‘빈자의 핵무기’인 생화학무기는 테러단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인류는 한참 더 떨어야 할 것 같다. 증오와 불신구조가 지속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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