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금세탁방지법 도입땐 처벌 가능/「합의차명」 무죄 판결…보완책은

◎‘뇌물 등 검은돈에 명의대여 금지’/차명 통한 탈세 가능성도 대비를정부가 검토중인 자금세탁방지법안은 현행 실명제의 한계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예금거래시 이름을 빌리고 빌려주는 차명거래가 모두 합법이었으나 앞으로는 불법행위와 관련된 자금의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차명거래에 대해 완전히 무력한 현행 금융실명제가 한단계 발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한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에 대한 현행제도에 따른 처리결과와 자금세탁방지법 도입시 처벌 가능성을 살펴보면 이같은 변화를 잘 알 수 있다. 정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실명예금 6백6억원을 자신명의(한보상사 정태수)로 실명전환했다. 검찰은 금융기관직원의 실명확인업무를 방해했다며 정씨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실명제는 금융기관이 돈의 실소유주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는 제도로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차명거래에 대한 유일한 처벌수단이던 업무방해죄적용이 무력화 된 셈이다. 금융실명제는 금융기관직원이 돈주인이 아닌 창구에 온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금융기관의 거래자 확인의무」라는 재경원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는 경제논리로는 타당할 수 있어도 범죄자를 도와준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므로 국민의 법감정과는 어긋나는 판단이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되면 틀려진다. 뇌물, 밀수, 마약 등 범죄행위와 관련된 자금세탁행위를 불법화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 뇌물로 축적된 노씨의 돈세탁을 위해 이름을 빌려 정씨는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재경원과 법무부가 입법기술을 둘러싸고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긴급명령형태의 실명제보완을 위한 대체입법과 자금세탁법을 함께 재정키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재경원은 현재 실명제대체입법에는 순수한 경제적조항만 포함하고 불법행위와 관련된 자금세탁금지와 처벌규정은 자금세탁법에서 모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자금세탁방지법에는 처벌규정만 두고 불법행위혐의가 있는 금융거래(현금거래포함)의 사직당국통보 등 금융기관과 금융거래자의 의무행위는 실명제대체입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실명제보완방안이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명제와 종합과세의 목적이 투명한 금융거래를 통한 형평과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차명거래를 통한 탈세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조세범처벌법으로 합의차명을 통한 탈세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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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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