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통구조 개선, 관치물가 재연 안되야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유통구조 개선작업에 또다시 착수했다. 이번에는 규모가 제법 방대하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부터 국책경제연구기관과 민간 유통업체까지 망라한 대규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핵심 과제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뜯어고치는 것 외에 공산품ㆍ서비스 분야까지 다룬다고 한다. 독과점 체제의 폐단도 손을 보겠다고 벼른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막아 물가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영 미덥지가 않다. 정부가 툭하면 유통혁신을 하겠다고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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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물가관계장관회의라고 해서 부처마다 머리를 맞대고 수없이 대책을 내놓았다. 범부처 TF를 운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짜내고 짜낸 끝에 마지막으로 나온 게 이른바 배추국장ㆍ무과장이 아닌가. 과거에는 단기처방이었고 이번에는 종합적이고 구조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해명은 군색하기만 하다. 이번 유통구조개선TF 발족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500원 하는 채소의 소비자가격이 1만원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질책한 데서 연유한다. 유통구조 개선을 빨리 하라는 주문까지 있었으니 부랴부랴 만든 것이다.

당선인이 독촉한다고 해서 숙제 하듯 정책을 쏟아놓는다면 성과주의식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2년여 전 이명박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으로 시작된 '기름값 전쟁'에서 어떤 무리수가 동원됐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 TF에 참여하는 유통업계는 지레 겁부터 먹고 있다고 한다. 물가 잡겠다며 윽박지르고 규제의 칼날을 휘두른 기억이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또 뭘 족치려는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것이다.

유통구조 개선은 인내력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 장기과제다. 그간 갖은 대책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은 단기 성과 내기에 집착한 탓도 크다. 굳이 새 대책만 고집할 것도 아니다. 기존의 추진상황을 점검해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급한 마음에 관치의 완력을 휘두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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