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 눈/10월 21일] 산은, 차라리 침묵했어야

금융부 김민형기자 대우건설 문제가 드디어 가닥을 잡았다. 산업은행은 지난 19일 대우건설 지분 39%를 매입해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산은의 요청을 받아들여 20% 출자한도 예외를 승인했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은행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을 잃었다. 바로 신뢰다. 수개월 동안 ‘일관성없는 자세’로 일관하며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산은은 당초 대우건설 지분의 50%+1주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우건설의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39%와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의 지분도 포함됐다. 이 약속을 파기하기 까지는 한달 가량도 안 걸렸다.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등의 지분은 제외되고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지분만 인수키로 한 것. 이마저도 공수표가 됐다. 산은이 금융위에 최종적으로 밝힌 대우건설 인수계획에서 금호계열사 지분은 모두 빠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산은의 갈지자 행보 탓에 경영계획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금호그룹 한 관계자는 “원래 경영정상화 계획은 산은이 계열사들의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이 전제였다”면서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털어 놓았다. 무한책임이 있는 민유성 행장은 본인 스스로 수시로 말을 바꿔 시장의 신뢰를 잃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6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 행장은 “7월말이나 8월초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이 지나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는 11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짓이 됐다. 민 행장은 지난 1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 연말까지 인수를 끝내겠다”고 또 한번 말을 뒤집었다. 산은은 이에 대해 “대우건설 인수는 3조원 이상이 오가는 사안이어서 변수가 많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미 시장에선 산은의 신뢰가 상당부분 회손됐다. 결과론이지만 “과묵하다”고 욕을 먹을 지언정 ‘양치기 소년’은 되지 말아야 옳았다. 우리도 알지만 양치기 소년의 양들은 모두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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