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토종 MBA 성공하려면

우리나라에서 MBA는 흔히 경영학 석사와 동일시되고 있다. 그러나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는 경영학 석사(Master of ArtsㆍMaster of Science)와 분명히 구별되는 학위이다. 경영학 석사가 경영학 분야의 학사와 박사의 중간 학위 과정이라면, MBA는 조직의 관리자나 리더를 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영 기법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과정이다. 해외 프로그램과 제휴 필요 지금부터 10년 전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이 우리나라 최초로 2년 전일제 MBA 과정을 개설한 이래 연세대ㆍ성균관대 등 소수 대학만이 전일제 MBA 과정을 운영해왔다. 올해 초 발표된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선정한 ‘글로벌 MBA 100’에 국내 MBA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랭킹 조사에 응한 KAIST MBA가 아쉽게도 102위에 그쳤다.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의 MBA 과정을 배출하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를 포함한 6개 대학이 오는 9월부터 1년, 1년 반, 혹은 2년짜리 MBA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일단 국내 MBA시장이 커진다는 관점에서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경영전문대학원이 다른 전문대학원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전자가 ‘글로벌 경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MBA 과정이 우물 안 개구리식의 국내 경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서울대ㆍ연세대의 글로벌 MBA와 같이 100% 영어 강의를 목표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 교수진과 학생이 다양하게 구성돼야 하고, 해외 프로그램과 제휴해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어야 하며, 졸업 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취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글로벌 MBA 순위 조사가 재학생이나 졸업생, 인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고객 만족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평가 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정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를 두고 정기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실질적인 사례 연구와 현장 적용력을 강조하는 팀 프로젝트, 액션 러닝, 경영자문 실습 등 이론과 실제가 적절하게 혼합된 교과 과정이 요구된다. 또한 현장 필드 경험이 있는 교수진이나 현장 전문가의 비중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말이 토종 MBA이지 MBA시장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을 지향하기 때문에 우리끼리의 국내 경쟁에 국한하지 말고 톱-B스쿨(top-B school)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토종 MBA의 성공 조건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빠른 시간 내에 질적인 수준을 제고해야 하는 토종 MBA를 성공시키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성공 조건은 정부 역할의 최소화이다. 정부 개입·통제 최소화해야 인도와 대만이 이미 국제적인 수준의 MBA 과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글로벌 랭킹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 토종 MBA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는 높이 살 만하지만 AACSB나 EQUIS와 같은 기존의 엄격한 국제인증기관의 평가와 철저한 시장 논리에 의해 MBA 과정의 질적 수준이 자연스럽게 통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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