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무장한 '꽃중의 꽃'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흔히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리운다. 기업의 이모조모를 꼼꼼하게 뜯어보고 적정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여성 애널리스트라면 '꽃 중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들은 여성 파워가 그 어느 곳보다 거센 증권가에서 오직 '실력' 하나로 무장한 채 자신들의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경제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 맹활약 중인 '여성 3인방'도 요즘 한창 뜨고있는 간판주자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고연정(27)ㆍ김은혜(26)ㆍ정재원(28) 애널리스트. 하나같이 70년대 중반 대학을 나온 신예 멤버들이자 쪽집게 도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 애널리스트는 통신서비스업종에 남다른 식견을 발휘하고 있으며 정 애널리스트는 음식료와 제약을, 김 애널리스트는 보안주와 게임주를 각각 전문영역으로 삼고 있다.
사실 대투증권에서는 여성 애널리스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기업분석팀 소속 애널리스트 1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다.
당연히 대투증권 경제연구소에서 남자냐 여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의 특성상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걸 평가 받기 때문이다.
김은혜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분석능력에 따라 평가받기 마련"이라며 "단지 여성이 많지 않다는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프로페셔널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애널리스트와 정재원 애널리스트는 모두 이공대 출신으로 지난 2000년 초 벤처 열풍이 일며 코스닥시장이 잔뜩 달아 오르는 분위기에서 증권가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김은혜 애널리스트는 지점과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다 공모를 통해 애널리스트가 된 경우다.
사실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먼저 여성들이 진출한 분야다. 아직 펀드매니저나 법인영업 브로커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은 손에 꼽힐 정도지만 애널리스트 분야에서는 진입장벽이 없어진 지 오래다.
이제 여성 애널리스트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면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 받기 쉬운 게 현실이다.
특히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적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해당 분야 기업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세심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여러 직종 가운데 차분한 생각과 꼼꼼한 분석이 요구되는 애널리스트 분야가 여성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다 보니 여성 애널리스트들 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여성 애널리스트들은 여성이라는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음식료나 섬유의복ㆍ화장품 등을 주로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철강ㆍ건설 등 남자들의 영역으로 인식돼 온 분야로 진출하는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고연정 애널리스트는 현재 통신장비 및 통신서비스 업종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건설업종을 주로 맡았다.
고 애널리스트는 "예전 건설업종을 담당할 때 여자다운 업종을 맡지 않고 왜 거칠게 느껴지는 건설업종을 맡고 있냐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에게 어울리는 업종과 여성에게 맞는 업종이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고 연구원의 입장이다.
애널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끼는 일도 많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일도 물론 있다.
여성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일을 떠나서 업계 사람들과 허물 없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정재원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가 주로 만나는 대상은 담당 업체 임직원 아니면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가"라며 "이들이 주로 남성들인 관계로 업무 외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좀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이들 여성 애널리스트들은 상대방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한 발 먼저 다가서는 적극성으로 약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고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평가할 때 얼마나 투명한 기업인지를 가장 먼저 따져본다"며 "기업에 안 좋은 내용도 숨김없이 말해주는 기업들을 가장 신뢰한다"고 말했다.
또 정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얼마나 주주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신경 쓰는지를 유심히 살펴본다고 대답했다.
이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