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4만5,000명에 이르는 간병인들의 병원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모양이다. 일부 간병인들은 '포괄간호 서비스 병동'의 보조인력으로 병원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겠지만 상당수는 장기·방문 노인요양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할 처지다.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포괄간호 서비스에서 핵심 역할을 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신규 수요는 올해 500여명, 2017년까지 2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은 간병인에 비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다. 그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건보 적용이 안 돼 하루 평균 8만원 수준의 간병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현실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50대 이상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병인들의 생계 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간병인들의 전직을 돕거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요양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문제는 간병인들이 맞부딪쳐야 하는 현실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노인요양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이미 117만명을 넘어섰다. 자격증을 따기 쉬운데다 도입 초기 장밋빛 전망에 따른 중년층의 가수요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고된 데 비해 보수가 시원찮아 실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는 25만명 정도다. 그렇다고 중년층이 6개월~1년간 간호학원에 다니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쉽지 않다. 젊은 간호사들도 엄마 또래보다는 나이 어린 간호조무사를 원할 것이다. 정부는 간병비 대선공약에만 목맬 게 아니다. 간병인들의 불안을 잠재울 치밀하고 피부에 와 닿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