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마케터야, 애널리스트야

"점점 심각해지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타령으로 여의도의 퀄리티가 10년은 후퇴한 거 같다. 베스트랍시고 새롭게 등장한 어린 친구들 리포트를 보면 웃기는 수준도 많다."

최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널리스트의 질적 저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수많은 애널리스트를 키워봤지만 이제 마케팅이 애널리스트의 본질이라고 알고 있는 주니어들을 어찌할지 난감하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한 고참 애널리스트의 외침처럼 애널리스트들이 본업인 기업분석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일즈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커니즘은 이렇다. 기관투자가ㆍ펀드매니저들과 형님ㆍ아우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투자 정보를 알려주면서 펀드매니저가 자사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사실상 기관영업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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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펀드매니저들에게 잘 보여 각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언론사들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를 위해 펀드매니저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기 때문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면 연봉이 오를 수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이 기업탐방과 분석보다 펀드매니저 미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분석보다는 마케팅에 치중하다 보니 전망과 분석도 미덥지 못하다. 지난해 10월 태양광ㆍ화학업체 OCI는 3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2011년보다 86.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OCI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내놓던 애널리스트들은 그제서야 분주하게 수정 리포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기존 23만원에서 17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 "지금은 통신주를 사야할 때"라며 낙관적 전망만 쏟아내더니 정부의 규제로 실적이 계속 예상치를 밑돌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사례도 있다.

모든 일은 기본에 충실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애널리스트들에게 자기 반성을 요청한 증권사 센터장은 이런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예전에 밑에 있던 직원들이 정말 듣기 싫어했던 그 말 한번 하고 싶다. '이 정도 분석은 내 딸도 해, 이 녀석들아.'" 애널리스트의 본분은 역시 분석과 전망이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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