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러시아어 메뉴판까지… "외국인 단골 많이 생겼죠"

■ '의료한류' 부천 세종병원 주변 거리 가보니

부천시 소사구 세종병원 인근에 있는 한 분식집에서 러시아어 메뉴판을 선보이고 있다. 이 분식집은 러시아어 메뉴를 만들고 난 뒤 러시아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부천=송대웅기자


분식집 등에 손님 부쩍 늘어 자영업자들 "장사할 맛 나요"

심혈관질환 치료 유명세 덕분… 외국인 환자 올 5000명 넘을듯


의사소통 가능 간호인력 배치도


"매년 병원 올 때마다 꼭 우리 집을 찾아 만두와 칼국수를 먹고 가는 러시아 단골손님도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매운 것을 잘 못 먹기 때문에 고기만두와 칼국수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죠."

약 5년 전부터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의 세종병원 정문 쪽 도로 앞에서 분식집 '맛손 칼국수랑 수제비'를 운영하는 박점순(49)씨는 가게 앞 유리창에 러시아 사람들이 잘 먹는 고기만두와 만둣국·칼국수 등 메뉴 3개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큼지막하게 붙여놓았다. 세종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덩달아 가게를 찾는 러시아 손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대학생인 딸이 러시아어로 변역해 프린트해줬다"며 "손님이 뜸할 때도 하루에 2~3팀 이상의 러시아 환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고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의 분식집에서 50여m 떨어진 중국음식점 '텐진'에도 최근 들어 메뉴판에 러시아어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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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진의 한 종업원은 "짜장면과 기스면 등 10여가지 메뉴를 그림과 함께 러시아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고 '모든 메뉴는 안 맵게 해주세요'라는 러시아어도 같이 써놓았다"며 "러시아어 메뉴판을 도입한 후에 확실히 러시아 손님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한류가 확산되면서 병원 인근 거리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부천시 소사구 거리의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유명한 세종병원에 러시아 환자의 방문이 늘면서 숙박업소는 러시아어 간판을 달았고 음식점에는 러시아어 메뉴판이 등장했다.

병원 주변에 편하게 먹고 즐길 것이 있어 매년 세종병원을 찾는 러시아 환자들도 있으니 병원과 인근 자영업자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세종병원 후문 쪽에서 '리젠트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한 러시아 손님이 알아보기 쉽게 러시아 간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와 러시아어 간판을 달았고 층마다 방 이용 안내문도 러시아어로 번역해 붙여놓았다"며 "러시아 손님과 내국인 손님 가격은 똑같이 받고 있으며 층마다 과일이나 필요 용품 등을 배치해 편하게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종병원에는 4,000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들이 다녀갔고 올해는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러시아 환자 75%, 카자흐스탄 14%, 몽골 10%로 러시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온 환자들이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가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해 세종병원을 찾았다.

세종병원 7층에 있는 외국인 환자 전용 병동은 외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간호인력 등이 배치돼 있고 일반병실과 달리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지낼 수 있어 보호자와 동반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세종병원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인의 경우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육류·마요네즈 등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보드카를 즐기다 보니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 많게 된다"며 "러시아와 몽골 등에서 해외 심장병 환아 무료 수술을 시행한 것도 병원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천 세종병원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일산에 있는 동국대 일산병원과 백병원 인근의 편의점·쇼핑센터·숙박업소들도 외국인 환자들을 맞을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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