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소기업 대신 웨이터 택한 청년


"젊은 친구들이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싶어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방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얼마 전 연말 술자리에 다녀온 후 좀처럼 씁쓸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3년간 회사 일을 가르치며 함께 생활했던 B군이 술을 서빙하는 웨이터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B군은 사표를 내며 일이 너무 힘들어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사장은 다시 한번 중소기업의 한계를 느끼며 "대학 나온 놈이 더 좋은 곳으로 가겠다면 흔쾌히 보내주겠다"며 그를 떠나 보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택한 곳이 술집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간혹 팁을 많이 받을 때는 이전 월급보다 많이 받는다"며 너스레를 떠는 B군을 보며 그는 '다시는 술집에서 팁을 안 주겠다'고 다짐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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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기숙사를 새로 짓고 월급도 올리고 회사의 성과가 직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누구보다 힘써왔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같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과 비교해 A사장의 회사는 월등히 급여가 높다. 특히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투자해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흔히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는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처우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7대 제조업에서 취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가 2만9,8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지만 아직도 기업당 평균 2.65명의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어찌 보면 중소기업의 이 같은 인력난은 우리 청년들 중 상당수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도전정신이 크게 결여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형편없는 작업환경과 너무 뒤처지는 월급 등 열악한 중소기업이 우수기업보다 월등히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 웨이터를 택한 B군처럼 청년 취업난의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청년 자신에게 있는지 모른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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