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 " 구급차·휠체어에 몸 실어

■ 설렘으로 가득찬 출발

이산가족들은 20일 오전 상봉장인 금강산으로 떠나기 전부터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추운 날씨인데다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이동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부분 피곤함을 내색하지 않은 채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 탑승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6시께 아침을 먹고 곧바로 탑승을 시작, 오전8시20분께 상봉장인 금강산으로 향했다. 버스가 아닌 구급차에 탄 채 금강산으로 향한 이산가족도 있었다.

감기로 쓰러져 전날 수액을 맞으며 이동식 침대에 실려 건강검진을 마친 김섬겸(91)씨는 이날도 들것에 실려 금강산으로 향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김섬겸 할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고 밝히는 등 의지가 워낙 강하셨다"며 "일단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에 가시기로 했지만 상봉 일정 전체를 소화하실지는 건강상태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북에 두고 온 아들과 딸을 만나며 60년의 한을 달랬다.


8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80%가 넘는 탓에 휠체어와 구급차에 의지한 이산가족도 여럿이었다. 홍신자(84)씨는 이날 구급차를 타고 상봉장으로 출발, 꿈에 그리던 동생과 조카를 만났다. 의료진은 이날 오전8시께 직접 홍씨의 방에 들어가 홍씨를 들것에 실은 채 구급차에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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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91)씨는 휠체어에 탄 채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비록 휠체어를 타고 있고 병원에 있어야 하지만 동생들을 만나러왔다"며 "얼마 전까지 깁스도 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풀고 왔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최씨는 이날 상봉장에서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상봉 대상자 중 최고령자인 김성윤(96)씨는 "어제 마음을 푹 놓고 잤다"며 누구보다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전날도 밍크코트를 입고 건강검진장에 나타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봉장에서는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후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상봉단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출발 직전까지 이산가족들의 안위를 챙겼다. 류 장관은 이덕행 통일부 정책협력관과 함께 이날 이산가족들을 배웅하며 한명 한명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한편 동해안 지방의 폭설로 인해 이산가족들을 태운 차량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남북이 함께 진행한 제설작업 덕분으로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양철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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