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우울한 생일 맞는 기업들

총수 구속 한화·SK이노베이션 창립기념식 간소하게 치르기로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부재 속에 우울한 '환갑'을 맞았다.

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 9일 한화는 그룹 차원의 별도 행사를 치르지 않은 채 계열사별로 조촐하게 기념식을 실시한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창립 60주년에 맞춰 특별한 기념행사를 준비할 계획이었지만 그룹 총수의 구속으로 사실상 모든 행사를 생략한 채 조촐한 창립 기념일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60년 그룹 역사상 총수 없이 창립기념일을 맞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2007년도 같은 해 9월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10월 창립 55주년 기념일에는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50%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8월 김 회장이 배임죄로 법정 구속되면서 창립 60주년을 축하하는 한화그룹 내부의 모든 행사들이 취소됐다. 아울러 창립 60주년 행사를 준비해온 태스크포스(TF)팀 역시 해체됐다. 대신 한화는 10월 한 달간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릴레이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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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기념일을 3일 앞두고 지난주 말 한화그룹 주최로 한강 시민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형형색색의 불꽃으로 수놓은 가을 밤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12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들며 대성황을 이뤘지만 정작 행사를 준비한 한화그룹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한화는 올해 창립 60주년이자 불꽃축제 10주년을 맞아 당초 다채로운 이벤트로 토대로 한 대대적인 불꽃축제를 기획했지만 8월 김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내부 행사들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해 불꽃축제에는 김 회장이 직접 참석, 장기근속자 부부를 한강 유람선으로 초청해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사실 한화에 있어 창립 60주년을 맞는 올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올해 한화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에 이어 독일의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며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또 2002년 인수해 그룹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대한생명도 창립기념일에 맞춰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다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한화그룹은 전사적인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재 한화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그룹 경영기획실을 중심으로 중요 현안들을 챙겨가고 있지만 이라크 신도시사업의 선수금 지급연기와 대한생명의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실패에서 드러나듯 오너의 부재가 그룹의 '경영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그룹 총수가 아직 공판 중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조촐한 생일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SK이노베이션은 대전 대덕기술원에서 간소하게 기념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회사의 비전 선포식이 예정돼있지만 최태원 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25일 창립 63주년을 맞는 태광그룹 역시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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