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물상품 시장은 시중금리와 달러환율의 변동성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거래량이 예상외로 적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수선물과 선물상품시장별로 올 한해를 정리해 본다.◇주가지수선물 및 옵션시장
지난 96년 5월 개장한 지수선물시장은 올해 일평균 거래량이 7만계약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하루 평균거래량은 6만9,674계약으로 지난 96년의 3,670계약에 비해 2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지난해의 6만1,279계약보다 8,395계약이나 늘어났다. 지난 96년 5,004계약에 지나지 않았던 미결제약정 수량 역시 97년 2만2,765계약, 98년 2만6,689계약, 그리고 올해에는 3만8,704계약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시장참여자들의 관심과 거래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선물시장의 급성장은 거래대금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 96년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574억원에 불과했으며 97년 3,548억원, 98년 1만3,9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3,057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38%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현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인 3조4,59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큰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선물과 현물의 일평균거래대금을 비교한 현·선물배율은 0.99이다. 지난해에는 일평균 선물거래대금이 1조3,901억원으로 일평균 현물거래대금(6,604억원)보다 훨씬 많아 현·선물배율이 2.1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들어 9월 현재 누적거래량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주가지수 선물인 KOSPI 200은 미국의 S&P 500과 프랑스의 CAC 40 10 EURO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미국이 2만856계약을 기록했으며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각각 1만5,682계약, 1만3,211계약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이미 80년대에 선물거래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200선물이 단기간에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수선물시장은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으나 올들어 보유주식에 대한 위험회피(헤지) 및 차익거래의 프로그램 매매가 증가하면서 외국인 및 투신, 은행 등 기관투자가의 거래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투자자별 거래비중을 보면 개인이 가장 많은 47.2%를 차지했으며 이어 증권(41.2%), 투신(4.5%), 외국인(2.8%), 은행(0.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신권과 외국인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포인트, 0.5%포인트 높아져 시장참여자들의 저변이 확대됐다.
이와 함께 옵션시장은 일평균 거래량이 급증세를 보인 한 해였다. 옵션의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2만3,960계약과 345억6,0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4%, 353%나 증가했다.
옵션 거래량은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6,382만5,000계약으로 프랑스의 CAC20(6,788만계약)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이다. 올해 투자자별 거래대금 비중을 보면 개인이 65.7%로 가장 많고 이어 증권사 26.6%, 기관투자가4.1%, 외국인 3.6% 등의 순이었다. 특히 올들어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작년의 1.0%에 비해 2.6%포인트나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주식매수 확대로 헤지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물상품 시장 지난 4월 23일 한국선물거래소가 부산에 개장된 것은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국제화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선물거래소는 지난 7월 대우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시중금리와 원달러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 경영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태이다. 채권안정기금의 장기금리 인위조절 및 정책당국의 달러매수로 인해 선물상품은 시장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선물회사들이 영업이익을 내고 선물거래소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래량 증가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거래량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3만계약의 3분의 1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5월 1,000계약이었던 일평균 거래량은 8월 5,100계약, 10월 9,600계약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11월에는 9,400계약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국채선물이 상장된 점을 감안하면 최소 거래량은 1만계약을 넘어서야 한다는 데 선물업계도 동감하고 있다.
투자자별 거래비중을 보면 선물회사의 자기거래 비중이 줄어들고 위탁자 거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개인들이 선물회사, 증권 등 기관들보다 활발히 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투신사 및 외국인의 경우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며 시장참여가 미미한 상태이다.
11월 현재 개인비중이 28.5%이며 은행(19.0%), 선물회사(17.7%), 증권(15.4%), 투신(0.9%), 외국인(0.6%) 등의 순이다.
거래량 감소와 함께 선물상품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지수선물 이관문제이다.
선물상품 업계는 현선물 분리원칙과 시행령 규정상 지수선물은 부산선물거래소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경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를 하는 등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반면 증권거래소는 어렵게 조성한 지수선물 시장을 그냥 내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선물상품업계는 거래수수료 33%인하, 달러선물의 증거금 40% 인하, 수탁재산 처분제한, 외화증거금 예탁허용 등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시장의 저변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정명기자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