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할일 많은 블룸버그 뉴욕시장

억만장자 사업가인 마이클 블룸버그의 뉴욕 시장 당선은 뉴욕 시민들이 9ㆍ11테러 이후 미국내 고층건물의 가격에 관심을 둘 여력도 없을 만큼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공화당인 것처럼 위장한 민주당원 블룸버그(실제 공화당 후보. 이번 선거를 위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음)는 선거 캠페인에 최소 5,000만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간다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폭적인 지지를 표시하기 전까지는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마크 그린 후보보다 훨씬 뒤 처진 2등이었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백인종 우선 정책을 폈던 민주당 후보 마크 그린은 이 때문에 당선 실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의 선거운동 팀은 백인 민주당원들이 그린 후보를 찍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자였던 히스패닉계를 등한시해 결국 그들로 하여금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했다. 이 같이 인종에 기반을 둔 투표 행태는 9ㆍ11 테러 이후 결집된 모습을 과시하던 뉴욕이 둘로 나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블룸버그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다인종들을 고루 등용해 이런 인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격은 선거의 양상을 바꾸었고 후보들이 선거 공약을 재조정하게 만들었다. 선거 결과를 볼 때 뉴욕 시민들은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경제 상황을 더욱 걱정했으며 그린 후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를 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당선자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나 인내심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가 만약 줄리아니 시장이 했던 것처럼 핵심 사안에 집중해야 할 능력을 지엽적인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데 허비한다면 그는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새 뉴욕시장은 지하철 역의 상태에서부터 브룩클린의 해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는 또 연방 정부와의 복잡한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데 있어 줄리아니 전 시장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일 기회를 갖게 됐다. 뉴욕이 경제적으로 재건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연방 정부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자신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뉴욕이 번창하는 시기에 시장직을 맡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그 번창이란 것도 약간은 과장된 것이다. 미국 증시가 맥을 못 추면서 세수는 줄었고 이로 인해 내년 뉴욕시 예산은 10%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신임 시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블룸버그 신임 시장은 정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운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비록 억만장자라 하더라도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뉴욕을 긴급 구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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