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이니 「고객감동」이란 경영철학 선포식도 많았고, 많은 회사의 사훈에 「고객만족」이 단골로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에 회사의 존폐와 발전이 달려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지금까지의 고객만족은 매우 제한적인 고객만족이었다. 고객의 불만을 듣는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거나, 고객의 소리를 경영활동에 일부 반영하는 수준이었다. 현재 산업사회는 단방향의 아날로그 시대이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고객 창구를 통한 일부 적극적인 소비자나, 품질 불량 등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 동기를 가진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의사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말이 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사회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디지털 경제의 신경망인 인터넷의 대중화와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힘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어디건, 밤낮 구별 없이 소비자들은 다리품을 팔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된다. 마우스 하나로 모든 것을 구매하거나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됐다. 제품·서비스·가격 또는 지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비자는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과 연동된 디지털의 세계는 동네가게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와의 무한경쟁시대다. 제한없이 무한대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쌍방향의 세계다.
소비자의 의사를 기획·개발·제조·판매·물류·AS 등 모든 가치창조 과정에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고객만족을 입으로만 외치고 시늉만 해도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말 그대로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의 생존전략은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로 떠오르는 「소비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마우스 클릭이 상징하는 소비자 주권시대, 바로 오늘의 디지털의 세상 이야기이다. 오늘의 정치시스템에도 예외 없이 디지털의 법칙이 적용될 것이다.
곧 정치시스템도 디지털화되어 유권자들이 「주인」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정치인은 없고 정치꾼만 우글 거리는 우리네 3류 정치판도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냉정하게 심판 받게 될 것이다.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